선서하는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감독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감독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아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 말로만 나돌던 체육의 추악한 정치화가 민낯을 드러냈다. 손세원(61) 성남시청 빙상감독이 2018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지자체 운동부 지도자들은 공무원에 준하는 직장운동부 시행규칙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손 감독은 이런 책무를 어기고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난 선거운동에 가담한 뒤 특혜를 받은 의혹에 휩싸였다.

일요신문은 지난 16일 ‘성남시청 빙상단 감독, 지방선거 은수미 지지 학부모 동원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손세원 빙상팀 감독이 성남시장 선거 때 적극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손 감독이 성남시장의 선거 지원 댓가로 감독직을 재계약 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하면서 성남빙상연맹 임원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손 감독은 1959년 1월 생으로 과거 규정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은퇴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은수미 시장이 2018년 7월 1일 성남시장에 취임한 뒤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8월 22일 ‘성남시청 직장운동부 설치 및 운영 조례 시행규칙’(직장운동부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개정된 직장운동부 시행규칙은 만 60세였던 직장운동부 감독의 정년(26조)이 삭제됐다. 그리고 소속 선수가 우수한 성적을 냈을 시 감독이 함께 포상금을 받는 항목(27조에 따른 별표5)도 신설됐다. 바뀐 직장운동부 시행규칙은 성남시 산하 모든 팀에 적용된다. 해당 개정안이 생기면서 60세를 넘긴 손 감독은 지금까지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손 감독은 성남빙상경기연맹 임원이나 강사, 학생선수의 학부모 등을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가입시키거나, 당시 은수미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몇몇 학부형들은 휴대전화 결제로 당원비가 빠져 나간 것을 보고 당에 가입된 것을 알았다.

과거 성남시 탄천실내링크에서 쇼트트랙을 배웠던 자녀를 둔 학부형은 “선거 때마다 손 감독이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 코치들을 통해 지지서명을 받는 등 정치행위를 했다. 그래서인지 손감독은 아이들을 때리는 코치들의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학부형을 설득하거나 겁을 줘 운동을 그만두게 해 다른 곳으로 옮긴 부모들이 많다”고 했다.

손 감독은 빙상의 개혁세력으로 자처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을 관리단체로 만들고 회장사인 삼성을 쫓아내며 빙상개혁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손 감독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손 감독은 겉과 속이 다른 지도자로 드러났다. 여론도 개혁세력의 위장된 실체가 밝혀지자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자기 진영 지도자의 선수 구타를 무마하고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등 정치와 손을 잡고 체육을 사유화한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나 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빙상개혁에 유독 강한 목소리를 내며 손 감독 편에 섰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성남시청 빙상팀의 선거 개입 혐의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그동안 여당이 손 감독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며 빙상의 주도세력으로 키워준 게 개혁의 당위성보다 정치적 거래가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훼손된 정보와 편향된 조사로 반발을 샀던 빙상개혁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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