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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배우 지현우는 잘 스며든다. 잘 스며들기 위해서 주변을 살피고 속도를 늦춘다. 갑자기 템플스테이를 떠나는가 하면 TV도 침대도 없는 공간에서 명상을 즐기는 건 비우는 행위를 통해 잘 스며들기 위해서다.
MBC 에브리원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에서 그가 연기한 정신과 의사 차강우도 그러한 비워냄을 통해 만들어졌다. 권위적인 의사가 아닌 편안한 친구같은 의사로서 환자들을 위로하고, 높은 현실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소설가 지망생 이나은(김소은 분)을 응원하며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일상 속 그는 차강우와 비슷한 듯 다르다. 장난기 많은 차강우와 달리 진중하고 사색을 즐기는 모습이 그렇다. 그는 여전히 불편한 3G 폰을 고수한다.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며 흔들리기 싫어서다. 지현우는 “하루 인터넷 사용량을 체크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쓰고 있더라. 저한테 도움되는 좋은 에너지를 주는 데 시간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계속 똑같은 걸 보고 검색하고 있었다”면서 “저에 대한 뉴스 중 싫어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 계속 생각난다. 그런데도 자꾸 댓글을 보며 좋아졌다 슬퍼졌다하는 오락가락한 감정을 느끼며 더 흔들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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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으로서의 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올해 1월 친형 윤채와 함께 ‘사거리 그오빠’로 3년 만에 음원을 내며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더넛츠 이후 두번째 밴드 결성이다. 그는 밴드에서는 기타리스트이지만 노래 실력도 꽤 출중해 드라마 작품마다 Ost를 직접 불러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OST로 ‘Please Don’t Go’ 노래를 불렀다.
지현우는 오랜만에 밴드를 결성한 이유에 대해 “5년 계획을 써두는 책을 샀고, 그 책에 제가 하고 싶은 걸 적다보니 겹치는 두가지로 연기, 음악이 나왔다. 음악은 5년 안에 안하면 계속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추진하게 됐다. 연기 뿐 아니라 음악 역시 상대방을 잘 공감하고, 감정이 무뎌지지 않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사거리 그오빠’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에 그는 고두심 배우와 영화 ‘빛나는 순간’ 촬영을 마쳤다. 이 영화는 제주 최고의 해녀 진옥(고두심 분)과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경훈(지현우 분)의 특별한 사랑을 담은 영화로,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지현우는 제주도에서 촬영하면서 그곳 주민들에게도 또다른 위로를 받았다. 그는 “이번 영화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거친 바다에 나갈 수 밖에 없는 해녀의 아픔을 주로 담았다. 제주도에 있으면서 실제 해녀분들과 오래 지냈는데 삼촌들(현지 어르신)에게 위로 받았다. 삼촌들은 물질하고 와서 소라, 전복을 건내주기도 했는데 이런 순수한 정과 사랑을 받으니까 더욱 힘이 났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한 고두심 배우에 대해선 “고두심 선생님께 의지를 많이 했다. 선생님께 오래오래 훌륭한 연기를 해내는 비결에 대해 물었는데, ‘좋은 걸 많이 봐야 좋은 연기도 펼칠 수 있다’고 하셨어요. 현장에서 선생님의 연기를 보며 그분처럼 좋은 걸 많이 담아 전달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melody@sportsseoul.com
제공|라이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