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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K리그1과 FA컵 모두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은 울산 현대가 명예 회복을 다짐하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잔여 경기가 열리는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6일(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도하 땅을 밟았다. 올 시즌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 싹쓸이 영입으로 15년 만에 리그 정상을 노크한 울산은 2년 연속으로 전북 현대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고, FA컵에서도 전북에 밀리면서 국내 2개 대회 모두 준우승했다. 가라앉은 분위기이나 울산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차기 시즌 재도전의 발판을 놓기 위해서라도 시즌 마지막 대회인 ACL을 포기할 수 없다. 울산은 지난 2012년 ACL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적이 있다. 당시 조별리그 6경기(4승2무)부터 16강~결승 토너먼트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무패 우승’ 신화를 쓰며 ‘아시아의 깡패’로 불렸다. 스쿼드만큼은 8년 전보다 한결 낫다는 평가를 받는 울산으로서는 국내 대회에서 전북에 밀린 한을 ACL에서 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반전 의지에도 상황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A매치 기간 국가대표 ‘벤투호‘에 차출된 특급 수문장 조현우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돼 비상등이 켜졌다. 울산에서 조현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조현우는 올 시즌 팀은 리그 준우승에 그쳤지만 전북 수문장 송범근을 제치고 K리그 시상식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에서 6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현우와 송범근은 나란히 리그 27경기 중 11경기 무실점을 기록했다. 평균 실점으로 따지면 송범근이 0.78점으로 조현우(0.85점)를 앞섰다. 그러나 조현우는 감독과 주장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만큼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는 구성원으로부터 더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다.
리그와 다르게 ACL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팀 뿐 아니라 결승 무대를 밟을 경우 ‘중동 강호’ 이란의 페르세폴리스를 상대한다. 전혀 다른 축구문화와 스타일을 지닌 국가, 선수를 상대하는 만큼 기량 뿐 아니라 경험이 필수다.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주전 수문장으로 대활약한 조현우의 가치는 그만큼 더 크다. 그러나 조현우는 멕시코전을 이틀여 앞뒀던 지난 13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10일 격리에 들어갔다. ‘멘붕(멘탈붕괴)’에 빠진 울산은 다급하게 2군에서 훈련 중이던 신인 골키퍼 민동환을 불러들여 조수혁, 서주환과 함께 카타르에 보냈다. 조수혁은 베테랑이긴 하나 올 시즌 한 번도 리그 무대를 밟지 않았다. 정상 경기 감각을 지닌 골키퍼가 없는 셈이다. 울산 관계자는 “조현우 코로나 감염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어쩔 수 없다. 조현우가 격리 마치고 재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카타르에 합류시키려고 한다. 다만 최소 상하이 선화(21일), 퍼스 글로리(24일)전은 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설령 그 이후 경기 출전이 가능해도 격리 직후 곧바로 합류해 제 컨디션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다. 아시아 정벌을 꿈꾼 울산으로서는 올 시즌 여러 면에서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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