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우승팀 2
KBO에 전시되어 있는 10개 구단의 성적표.[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올해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KBO리그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규 시즌 개막이 한 달여 가량 늦춰졌고, 확산세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긴 시간 동안 무관중 경기로 시즌이 진행됐다. 수입의 대부분을 관중 입장 수익으로 충당하는 10개 구단은 당연히 재정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시즌 막바지 극적으로 관중 입장이 허용됐지만 손실을 메우기엔 턱 없이 부족했고, 구단마다 100억 원 이상 적자가 발생했다. 이는 스토브리그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올해 FA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바로 ‘등급제’다. 2021년 FA부터 등급제를 적용하는데, 해당 FA의 2020년 연봉에 따라 등급을 매겨 해당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이 반대 급부로 내줘야 할 보상 선수와 보상금 규모가 달라지는 게 핵심 골자다. KBO는 25일 2021년 FA 자격을 얻은 선수 2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처음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13명이고, 재자격 선수가 9명, 앞서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자격을 유지한 선수가 3명이다. 25인의 FA 자격 선수들은 등급별로 A등급 8명, B등급 13명, C등급 4명으로 나뉘어졌다. 이 중 은퇴를 선언했거나 해외 진출을 선언한 선수도 포함돼 있다.

등급제는 준척급 선수들이 보상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도록 도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한 구단 적자폭 확대로 올해는 등급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구단별로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 선수들을 과감하게 대거 방출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고, 육성 기조는 한층 더 강화됐다. 외부 영입도 등급제 도입으로 보상 규정이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아니라면 지출을 하지 않겠다는 게 대부분 구단의 공통된 의견이다. 방출자 중 이용규(키움)와 안영명(KT)을 제외하고 아직 새 둥지를 찾은 선수는 없다.

결국 최대어로 분류된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준척급 FA 선수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권리를 행사하고 시장에 나왔다가 미아가 되거나 기대치를 밑도는 조건에 원소속팀과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현 상황에서는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원소속팀에 남아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으로 등급제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과연 몇 명의 선수가 힘겹게 얻은 권리를 행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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