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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제9대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한 김구회 회장 직무대행이 사임서를 제출했다.
컬링연맹은 29일 오전 김 직무대행이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김재홍 전 회장이 사임한 뒤 지난해 7월14일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고 컬링연맹 임시 수장직에 앉았다. 그러나 지난 14일 시행한 신임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연맹 내홍이 심화하자 “직무대행으로 수십하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사임했다.
김 대행은 이번 회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유효투표 78표 중 단 6표를 얻는 데 그쳤다. 당선된 김용빈 당선자(37표)와 김중로(35표) 후보에 크게 밀렸다. 그러다가 김중로 후보가 선거인단 구성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연맹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 연맹 선관위는 지난 20일 ‘선거 무효’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는 25일 연맹 선관위에 시정 조치를 내리고 선거 무효 취소 재공고를 내렸다. 그러나 연맹 선관위는 28일 “체육회 시정조치에 따르지 않겠다”고 받아쳐 컬링인이 집단 반발하는 사태로 번졌다.
김 대행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서 내린 뼈아픈 선관위의 선거무효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60여 개의 회원종목단체를 지원하고 지도·감독하는 체육회의 시정 지시도 매우 엄중하므로 받아들여야 하기에 결단했다”고 밝혔다. 김 대행이 체육회 선거무효 취소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뉘앙스인데 향후 연맹 선관위가 어떠한 입장을 내놓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김 대행은 “어제 날짜로 사임하고자 했으나 혼란스러운 연맹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신속히 재선거를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체육회 조언과 컬링인의 의견을 듣고 사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대행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두고 여러 해석이 오간다. 무엇보다 그는 선관위의 선거 무효 결정 이후 기탁금 5000만 원을 되찾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컬링 선수 및 지도자 100여 명이 가세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컬링인의 피눈물을 외면하고 상급 기관인 체육회 명령도 거부하는 편향적 사무처와 선관위 행태에 분노하다”며 “선거 무효 혼란을 틈타 회장 선거에서 7%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에게 기탁금 5000만 원을 돌려준 연맹 사무처와 이를 승인한 선관위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맹 회장 선거관리 규정에 따르면 회장 후보자는 기탁금 5000만 원을 내야 한다. 그리고 유효 투표의 2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거나 사망한 후보에게만 반환된다. 20% 미만 득표율 후보의 기탁금은 연맹에 돌아간다. 6표 획득에 그친 김 대행은 기탁금 반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선거무효 공고 다음 날 사무처를 통해 기탁금을 받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는 이를 직권 남용은 물론, 횡령 및 배임 행위로 판단하며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행은 “선거무효 결정에 따라 연맹이 재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탁금을 돌려줬는데, 이것이 또 다른 불씨를 안게 됐다”면서 “적법한 반환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체육회 선거공정위원회가 연맹의 선거 무효 판단을 해석하는 시기와 맞물렸다. 연맹 관계자도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체육회 결정에 따라 향후 계획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지하겠다”고 직접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수장인 김 대행은 연맹이 재선거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기탁금을 받아갔다고 해명한 것이다.
김 대행 사임 발표 이후 복수의 컬링인은 본지를 통해 “이번 사태를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라며 “체육회 차원에서 연맹 선거 과정서부터 김 대행의 기탁금 회수까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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