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실손보험료 갱신 시 50% 가까이 보험료가 오르면서 ‘보험료 갱신 폭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보험업계는 표준화 실손보험(2세대)의 보험료를 평균 10∼12% 올렸다. 표준화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팔리고 단종된 상품이며 그해 4월에 신(新)실손보험(3세대)으로 교체됐다. 그런데 실제로는 표준화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50%나 인상된 보험료가 청구됐다. 이는 5년 전 갱신 이후 계속 같은 보험료를 내다가 이번 갱신에 그 동안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보험료 갱신 폭탄’이라 부른다.

표준화 실손 보험료는 지난해와 2019년에 각각 9%대와 8%대가 올랐고 2018년에는 동결됐다. 2017년에는 회사별 편차가 크지만 최대 20% 이상 인상됐다. 보험사가 5년간 10%씩 네차례 보험료를 인상했다고 가정하면 누적 인상률은 46%가 된다. 또 성별이나 연령대에 따른 인상률 차등을 적용하면 장·노년층 남성은 상대적으로 더 큰 인상률을 적용받는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 구(舊)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는 더 센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구실손보험은 2018년을 제외하고 2017, 2019년에 10%씩 인상됐고 지난해에도 평균 9.9%가 올랐다. 올해 인상률은 15∼19%가 적용될 예정이다. 5년간 누적 인상률은 53∼58%에 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3일 “구실손보험 갱신 가입자는 50% 이상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높고 일부 고령층은 인상폭이 100%에 이를 수도 있다. 구실손보험에 해당하는 우정사업본부(우체국) 실손보험 갱신 고객 중에 100% 인상률이 적용된 사례가 최근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갱신 주기가 3년인 가입자는 3년치 인상률만 반영되므로 5년 주기 갱신 가입자보다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적지만 역시 수십% 인상을 각오해야 한다. 정부는 2013년 이러한 갱신 폭탄을 막기 위해 매년 보험료를 갱신하도록 상품 구조를 수정했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3∼5년 주기 갱신은 매년 갱신보다 체감 인상률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올해 보험료 갱신 부담으로 구실손보험 가입자를 중심으로 신실손보험 또는 7월에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올해 신실손보험의 보험료는 대체로 동결됐다.

구실손보험은 단종된 지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870만명(건)이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은 “올해 구실손보험 갱신 인상률은 가입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터라 유지 여부를 고민하는 가입자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본인부담이 전혀 없는 강력한 혜택 때문에 실제로 갈아타기 움직임이 나타날지는 더 지켜볼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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