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윤빛가람
울산 현대 윤빛가람이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개막 라운드 강원FC전에서 전반 프리킥 선제골을 터뜨린 뒤 하트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아시아 MVP’다웠다.

울산 현대의 간판 미드필더 윤빛가람(31)이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첫 승을 안겼다. 윤빛가람은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개막 라운드 강원FC와 홈경기에서 장기인 오른발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5-0 대승에 앞장섰다. 3년 6개월 만에 울산 지휘봉을 잡고 현장 지도자로 컴백한 홍 감독은 마침내 부임 첫 승을 거뒀다. 청소년과 성인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그는 지난 2015년 5월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뤼청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행정가(대한축구협회 전무)로 활약하다가 울산 지휘봉을 잡았다. 짧은 동계전지훈련을 거쳐 지난달 카타르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에서 울산 데뷔전을 치렀으나 2라운드(6강)와 5~6위전을 내리 졌다.

절치부심하며 K리그1 개막을 기다린 홍 감독은 이날 궂은비가 내렸음에도 벤치에 앉지 않고 기술 지역에 서서 선수를 독려했다. 그만큼 첫 승에 대한 갈망이 컸다. 승리의 열쇠는 윤빛가람이었다. 강원은 울산의 화력을 대비해 최전방 고무열서부터 강한 전방 압박으로 맞섰다. 울산이 김인성, 이동준 발 빠른 윙어를 앞세워 대응했으나 유의미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전반 27분 윤빛가람이 흐름을 깼다. 지난해까지 강원에서 뛴 울산 최전방 원톱 김지현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기회. 키커로 나선 윤빛가람은 강원 골문 오른쪽 구석을 가르는 절묘한 프리킥으로 결승포를 터뜨렸다.

윤빛가람의 득점포는 홍 감독과 울산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첫 승의 결정적 구실이었을 뿐 아니라 숱한 이적설을 뒤로하고 ‘울산맨’으로 다시 거듭나는 촉매제가 됐다.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 4골3도움을 기록, 팀의 우승을 이끈 윤빛가람은 MVP 영예를 안았다. 홍 감독은 부임 이후 그를 공격의 주춧돌로 삼으면서 동계훈련과 클럽월드컵을 거쳤다. 그러나 샐러리캡 강화로 가성비를 지닌 한국산 공격수를 원한 중국 일부 팀이 윤빛가람에게 관심을 뒀다. 특히 산둥 루넝이 윤빛가람 기존 연봉의 두 배를 책정했다는 소문이 나오면서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의 거취는 물음표가 됐다. 하지만 홍 감독은 강원전을 앞두고 “윤빛가람과 충분히 면담했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며 “그는 잔류하기로 했다. 며칠 전까지 여러 가지 뜬소문이 있었다. 실제 (윤빛가람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지금은 편안하게 훈련하고 있으며 오늘도 좋은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윤빛가람은 이날 결승골 뿐 아니라 공격 지역에서 ‘탈아시아급’ 기량을 과시했다.

윤빛가람의 골은 대승의 도화선이 됐다. 선제 실점 이후 강원은 공격 지향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센터백 임채민이 후반 7분 이동준의 돌파를 저지하다가 비디오판독(VAR) 끝에 퇴장했다. 울산은 곧바로 이어진 프리킥 기회에서 김기희가 추가골을 터뜨렸고, 이후 쉴 새 없이 상대 뒷공간을 두드렸다. 그 결과 이동준(후반 11분), 김인성(후반 18분)이 역습 기회에서 여유 있게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후반 25분 김인성이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왼발 슛으로 팀의 다섯 번째 골을 기록, 강원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 외에도 울산은 수문장 조현우가 마사, 고무열의 결정적인 슛을 선방하는 등 공·수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뽐냈다. 올 시즌도 전북 현대의 대항마가 될 자격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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