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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SSG 김원형 감독의 승부수가 통했다. 왼손 투수에 강한 오태곤(30)이 결정적 한 방으로 팀을 연패에서 끌어 냈다.
오태곤은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더블헤더 1차전에 6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기용됐다. 중심타선을 받치는 6번타자에 센터라인의 꼭지점인 중견수로 중용된 데에는 게임 메이커 역할을 해달라는 벤치의 신뢰가 담겨 있다. 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김)강민이가 최근 타격감이 떨어진데다 잦은 출장으로 지친 상태다. (오)태곤이가 중견수로도 세 번 정도 선발출장했고, 왼손 투수에게 강하다는 이미지도 있어 선발로 냈다”고 말했다.
2010년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오태곤은 2014년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2017년 KT, 2020년 SK(현 SSG)로 각각 트레이드 됐다. 대형 내야수로 성장 가능성이 높았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롯데 시절부터 왼손 투수에 강하다는 인상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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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KT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SSG 이진영 타격코치는 “왼손 투수의 볼 궤적이 특화된 스윙 궤도를 갖고 있다. 딱 찝어서 설명하긴 어렵지만, 왼손 투수가 던지는 공이 조금 더 잘 보인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투수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질 때 타깃을 설정해두고 던져야 제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타자도 마찬가지 과정이 있는데, 오태곤은 대각선으로 날아드는 공에 특화된 궤도를 갖고 있다는 게 주위 평가다.
키움 선발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첫 두타석에서는 3루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돌아선 오태곤은 2-1로 역전한 6회말 1사 3루에서 그를 선발 기용한 벤치의 기대에 화답했다. 초구 체인지업을 흘려보낸 오태곤은 몸쪽으로 휘어지는 137㎞짜리 컷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좌월 2점 홈런(시즌 2호)을 쏘아 올렸다. 팔을 몸에 붙인 상태로 빠른 몸통 회전으로 만들어낸 기술적인 타격이었다. 오태곤이 왜 왼손 투수에 강한지를 증명할만 한 스윙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아치를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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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데뷔 이래 투수 유형별 성적을 보면 왼손 투수를 상대로 눈에 띄는 성적은 내지 못했다. 오른손 투수에게 상대 타율 0.280인데 왼손 투수에게는 0.249에 그친다. 때려낸 홈런도 오른손에게 34개, 왼손에게 7개에 불과해 숫자만 놓고보면 강하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도 왼손 투수에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은 그만큼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홈런도 선발 중견수이자 6번타자로 나서야만 했던 이유를 증명하는 한 방이었다. 덕분에 SSG는 키움을 4-1로 제압하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더블헤더 1차전을 기분좋은 승리로 장식한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2차전을 치르게 됐따.
오태곤은 “득점권이라 승기를 잡고 싶었다. 변화구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는데 그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왼수 투수 볼을 잘 친다기 보다는 상대 투수와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는 “부상 선수들이 많아 감독님께서 버터야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우리가 약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럴 수 있도록 나부터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