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이규백이 움츠러들지 않았으면…충분히 이해”

베테랑의 품격이 느껴지는 진심 어린 메시지다. 울산HD의 베테랑 이청용(36)이 경기 중 자신에게 위협적인 태클을 시도한 포항 스틸러스의 ‘영건’ 수비수 이규백(20)의 사과한 것과 관련해 말했다.

이청용은 지난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4’ 35라운드 포항과 동해안 더비에 선발 출전해 2선과 3선을 오가며 경기를 진두지휘,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울산은 이날 승리로 승점 65를 확보, 2위 강원FC(승점 61)와 승점 차를 4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강원을 상대하는데 승리할 경우 조기 우승을 확정한다.

다만 이청용은 이날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6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터치할 때다. 포항 센터백 이규백이 발바닥을 들어올리며 그의 무릎을 가격했다. 주심인 김종혁 심판은 지체없이 레드카드를 꺼냈다. 결국 수적 열세에 몰린 포항은 반격 동력을 잃었고 주민규에게 추가실점하며 졌다.

포항 유스인 포항제철고 출신인 이규백은 이르게 대형 센터백 유망주로 불려왔다. 최근 팀 내 줄부상 속 박태하 감독으로부터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는데 의욕이 과했는지 몇 차례 무리한 동작으로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이날도 위험 지역이 아니었는데 다소 과한 태클을 했다가 팀에 퇴장 변수를 안겼다. 무엇보다 대선배 이청용이 부상을 안을 뻔했다. 가뜩이나 그는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아 평소 심도 있게 관리하며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런 탓인지 경기 직후 이규백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거셌다.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갓 프로에 데뷔한 이규백이 비신사적인 반칙을 한 뒤 사과조차 없었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이규백은 경기 이틀 뒤인 29일 평소 친분이 있는 울산의 영건 수비수 강민우를 통해 이청용과 연락했다. 그는 “(퇴장 당시) 경황이 없고 어려운 상황이어서 연락을 못 드렸다”면서 진심 어린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청용은 연락을 받은 뒤 오히려 후배를 걱정했다.

그는 “아직 경험이 많은 선수가 아니지 않느냐. 고의성도 느껴지지 않아서 당시 크게 화나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며 “충분히 이해한다. 오히려 이규백이 이런 일로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후배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이청용 역시 지난해 9월 포항과 경기에서 의도찮게 상대에 부상을 입힌 적이 있어서다. 당시 포항 완델손이 이청용과 충돌했는데 턱을 다친 적이 있다. 이청용은 당시 완델손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 사과하며 쾌유를 전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