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내 나이 63살. 아주 오랜 전이면 이미 뒷방에 앉아 손자들의 재롱을 보고 세월을 보냈을 나이다. 어느 새 숨가쁘게 달려온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이제 환갑이 넘은 나이가 되었다. 단 한번도 야구장을 떠나 살아보지 않아 현장 속에서 항상 긴장감을 느끼며 살아왔기에 언제 나이가 이렇게 되었는지 깨닫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과 호흡하며 생물학적 나이를 생각지 않았다. 가끔씩은 괴성을 지르며 내 힘을 과시했던 혈기왕성한 헐크를 내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해 젊은 선수인양 20대처럼 행동하고 말을 할 때가 있다.
내 삶의 마지막 프로젝트이자 꿈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야구를 보급하는 일이다. 56살부터 시작한 라오스에서의 야구전파를 통해 나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인도차이나 반도 다섯 나라인 라오스 , 베트남 , 캄보디아 , 미얀마 , 태국에 야구 보급을 완성하고 싶은 꿈을 내 건강이 허락할 수 있다고 스스로 책정한 80세까지 진행하고자 마음 먹었다. 그 완성이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 땅에 사는 동안 건강을 유지하면서 이 꿈을 꼭 실현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고 싶다.
환갑이 넘은 이 나이에도 선수시절 못지 않은 열정과 설레임을 갖을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언가 남들에게 줄 수 있고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보람과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지….
라오스를 비록해 베트남에 야구를 보급하는 지금도 눈을 뜨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때면 언제나 한결 같이 설레이고 벅찬 마음이다. 야구 전파를 하면서 늘 마음은 20대 시절 아내와의 풋풋한 연애를 하던 그 설렘으로 가득차 있다. 야구 현장을 떠나서도 젊은 시절 못지 않은 열정과 벅찬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지금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들이 되고 있다.
지금 이러한 내 마음은 천금을 주거나 세상의 부귀를 나에게 모두 안겨 준다해도 지금처럼 흥분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때 마다 예전에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며 도전을 시작해본다. 가지 않은 길을 조심스럽게 헤치며 가기 보다는 끝을 알 수 없는 길이며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에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은 늘 나에게 벅찬 기대감을 선물한다. 체온을 능가하는 40도의 무더위 속에서도 나를 그라운드로 인도하는 이 놀라운 꿈에 대한 도전은 늘 나를 흥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나도 어느덧 현장을 떠난지 7년이 되었다. 지난 51년 동안 오로지 야구라는 한길을 달려오면서도 지금처럼 가슴이 벅차오르고 나를 흥분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르고 야구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동남아에서 야구를 보급하는 일만큼 나를 흥분하게 만든 적은 없었다.
요즘 아주 유치한 생각을 한다. 내 몸이 몇 개가 된다면 너무 좋겠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시작점인 라오스에서 선수들과 평생 야구를 하고, 지금 야구를 시작한 베트남에서 많은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세상의 크기와 깊이, 야구의 철학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꿈들을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라오스와 베트남 선수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들이 나에게 보내는 눈빛에 나는 전율이 흐른다. 진지한 표정으로 내 몸짓을 눈에 담고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하는 그들을 보며 야구인으로 살아온 내 인생에 감사함을 느낀다. 야구가 좋아 야구의 매력에 빠져 힘든 상황에서도 운동장에 나와 행복한 표정으로 야구를 하는 그들이 있어 너무 좋다. 야구를 통해 그들의 삶이 풍요로와지고 삶의 가치를 높여가는 그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
내 야구 인생에서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펄쩍펄쩍 돌았던 그 때의 벅찬 감격보다 지금이 더 나를 흥분되게 만든다. 이들을 위해 오늘도 벅찬 마음을 스스로 억누르면서 꿈의 야구장을 만들고 야구보급을 실현하기 위해 단 한 사람을 더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만수 전 SK 감독·헐크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