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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주민규(31)가 절정의 골 감각을 앞세워 득점 1위에 올랐다.
주민규는 2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K리그1 19라운드 경기서 본인이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시즌 10호골을 기록했다. 9골의 일류첸코(전북 현대)를 따돌리고 가장 먼저 두 자릿수 득점 고지를 점령하며 득점 1위에 올랐다.
주민규는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4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는 등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그러나 4월 4경기 연속골에 최근 5경기에서도 5골을 터뜨리며 꾸준히 득점을 적립했고, 결국 순위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지난 시즌 주민규는 2부리그서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회복 후 1부리그서 펄펄 날고 있다. 더 높은 수준의 무대지만 이미 지난 시즌 득점 기록을 넘었다. 비결은 남기일 제주 감독의 배려다. 주민규는 “감독님께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 우리 팀은 공격수도 수비를 같이 해야 하는데 저에게는 수비적인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신다. 제가 수비를 안 하면 동료들이 더 뛰어야 해서 수비를 하지만 그래도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그 점을 강조하지 않으신다”라고 말했다.
남 감독은 2016년 광주FC 시절 정조국 현 제주 코치를 득점왕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남 감독은 정 조국이 득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주민규도 마찬가지다. 현재 페이스라면 득점왕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민규는 “성적이 좋았다면 욕심이 당연히 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제가 골을 넣어서 지는 것인가 싶어서 마음이 복잡하다. 감독님의 배려 덕분에 골을 넣고 있는데 더 보답하고 싶다. 자꾸 져서 우리도 감독님께 정말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최근 8경기에서 승리 없이 전반기를 마감한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래도 남 감독은 주민규의 태도, 눈빛이 달라졌다며 칭찬한다. 주민규는 “결혼도 했고 이제 가장이 되니 아내가 43세까지는 해야 한다고 압박을 준다. 운동하는 시간이 소중해졌다. 이동국 선배 나이까지는 가야 한다고 하더라. 쌍둥이를 낳아 쉽게 가자는 말도 하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대표팀이라는 것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 축구를 하는 선수에게는. 그 꿈은 놓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 들어갈 수 있게 잘 준비하겠다”라며 대표팀 승선까지 지속적으로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주민규의 활약에도 제주는 최근 좋은 경기를 하고 지거나 비기는 경우가 많다. 울산전에서도 잘 싸웠지만 1-2로 패했다. 작은 한 두 번의 실수로 실점하는 게 이유다. 아예 부진하거나 못하면 개선할 점을 찾겠는데 그렇지 않아 머리가 더 아프다. 주민규도 “선수들도 경기를 열심히 준비한다. 경기에서 준비한 것들까지 잘 나오는데 이기지 못하는 것 때문에 위축되어 있다. 매 경기 쉽지 않다. 공격수들이 더 많은 골을 넣고 분발해야 할 것 같다. 내용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벗겨내면 연승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최근 제주는 많은 일을 겪었다. 선수단과 남 감독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문도 나왔다. 오해가 와전돼 세상으로 나온 이야기였다. 주민규는 “저도 그 상황이 안타까웠다. 기사를 보고 선수들이 감독님께 쫓아가 감독을 지지한다는 말을 분명히 전달했다. 작은 해프닝이었다. 오히려 그 사건 이후 모든 스태프와 선수들이 끈끈해진 면이 있다. 그 끈끈함이 결과로 나와야 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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