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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위기에서 강하다. 지난 2년 동안 그랬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100%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도 장점을 살려 흔들리지 않는다.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유지하면서 야수진 이탈을 극복하고 있다. KT가 안정과 파격을 두루 펼치며 창단 첫 정상 등극을 바라본다.
최대 장점은 마운드다. 선발진이 특히 그렇다. KT는 지난 3일까지 팀 평균자책점 4.01로 2위,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67로 1위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37회로 1위인데 오드라시머 데스파이네와 고영표가 나란히 QS 12번을 기록했다. 선발이 안정된 만큼 팀전체의 기복도 적다. 지난 4월 17일 이후 승률 5할 이상을 유지 중이며 지난 5월 23일 이후 루징 시리즈는 한 차례 밖에 없다.
앞으로 선발진 전망도 밝다. 내심 대표팀 선발을 노렸던 소형준이 마음의 짐을 던듯 더할나위없는 6월을 보냈다. KT 이강철 감독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형준이가 의식을 했던 것 같다. 대표팀 명단 발표 후 마운드에서 모습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지나치게 신중했는데 지금은 신속하게 사인을 교환하고 던진다”고 말했다. 5월까지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했던 소형준은 6월에 치른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75로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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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성도 꾸준히 5이닝 이상을 소화한다. 처음 선발투수로 두각을 드러냈던 2019년보다 빠른 공을 던지며 정통파 파이어볼러로 성장하고 있다. 선발진에서 가장 아쉬움을 남겼던 윌리엄 쿠에바스도 연례행사 같은 이 감독과의 냉전을 마치고 다시 궤도에 오른다. 쿠에바스는 최근 2경기에서 12.2이닝 1실점했는데 이전까지는 평균자책점 7.39로 고전했다. 퇴출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다시 한번 투구관을 정립한 모양새다.
불펜진은 여전히 파격이다. 지난해 조현우와 유원상이 깜짝 활약했다면 올해는 박시영이 두 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이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다시 한번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고 판정받은 투수를 살려놓았다. 선발진과 비교하면 불펜진의 높이가 낮지만 무엇보다 선발투수들이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다른 팀보다 중간투수들이 느끼는 부담이 덜하다. 불펜진 지원군도 있다. 오는 6일 엄상백이 상무에서 전역하며 이대은 또한 복귀를 준비 중이다.
야수 운영 또한 파격적이다. 기대했던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좀처럼 개막전 라인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지만 대체 선수들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백업 포수였던 허도환을 클린업에 배치하고 장성우와 배정대도 4번을 맡는다. 조일로 알몬테의 부진, 유한준의 부상으로 타선의 무게가 줄었음에도 점수를 뽑고 있다. 배정대와 허도환 모두 타순과 무관하게 작전을 통한 연결고리 구실을 한다. 지난 2일 수원 KIA전에서 배정대는 무사 1, 2루에서 희생번트를 성공시켰고 허도환은 지난 1일 잠실 LG전 1사 1, 3루에서 번트로 3루 주자 강백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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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올해 개막에 앞서 “이제는 우리 팀에서 감독이 뭐라고 할 게 없어졌다. 선수들이 그만큼 알아서 잘 한다. 자율이 무엇인지 확실히 느끼고 실행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승리하는 기분을 잘 안다”고 말한 바 있다. 2년 만에 다시 KT 유니폼을 입고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고영표는 “예전에는 QS를 해도 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제는 QS만 하면 팀이 승리한다는 확신이 있다. 팀 전체적으로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강팀에서 토종 에이스를 맡은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막내 구단’ 꼬리표는 지난해 정규시즌 2위와 함께 떼어냈다. 올해는 위닝 멘탈리티를 앞세워 정상을 향해 움직이는 K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