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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최민우 기자] 매 경기 불펜이 총동원된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는 탓에 끊임없이 코치의 마운드 방문이 이어진다.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를 제외하면 2~5선발 모두 부진한 가운데, 두산의 가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두산은 가을에 강하다는 인식이 있다. 흔히 베어스에는 ‘가을 DNA’가 있다고 한다. 실제 올해도 그랬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두산의 상승세가 찾아왔다. 9월 한때 연승 모드에 들어가며 단숨에 7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당시에는 타선의 활약도 있었지만, 마운드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대체 선발 자원들까지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덕이 컸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믿었던 선발 투수들까지 무너지며 5위로 내려앉았다. 매 경기 승부가 중요한 상황에서 불펜이 총동원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사실상 미란다를 제외하면, 다른 투수들은 불안한 게 사실이다. 토종 에이스 최원준도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다. 올해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데다, 2020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로 차출돼 쉴새 없이 달려왔다. 피로가 쌓이니, 시즌 막바지 체력 문제가 대두됐다. 지난 21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한 최원준은 2.1이닝 7안타 1홈런 6실점으로 올시즌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선발이 조기 강판되자 윤명준~최승용~권휘~이승진~이교훈~유재유 등이 총동원돼 공백을 메워야 했다.
22일 인천 SSG 전에서도 박종기가 1.1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고, 23일 잠실 LG 전에서는 곽빈이 3.1이닝 3실점으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곽빈의 부진이 아쉬웠던 두산이다. 부상 복귀 이후만 하더라도 곽빈은 두산 마운드에 희망이었다. 그러나 제구가 되지 않으니, 마운드에서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했다. 이날도 이영하~김명신~이현승~홍건희~김강률이 차례로 등판해 이닝을 나눠가졌다.
연투가 거듭될수록 불펜 투수들도 피로가 쌓이는 건 당연하다.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선발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태형 감독은 “초반에 무너지면 총력전을 할 수 없다. 상대와 비등한 싸움을 해줘야 한다. 또 타격도 사이클이 너무 안 좋다. 선발이 버텨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운드 부진이 길어지면서, 두산의 가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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