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KT 박경수, 팬들의 응원 덕분에...
KT 박경수가 지난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에 승리해 데일리 MVP로 선정된 뒤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7년 전인 2014년 LG도 올해와 흡사했다. 투타 밸런스가 균형을 이루지 못했고 투수와 수비력에 기대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기대했던 외국인타자가 부진으로 퇴출됐고 국내선수들로 그 자리를 메운 것도 비슷하다. 거포 3루수 조쉬벨을 방출하면서 내야진 조정이 불가피했다. 대체 외국인타자로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를 영입했으나 스나이더는 타율 0.210 OPS(출루율+장타율) 0.692에 그쳤다.

차이점이 있다면 조쉬벨의 공백을 메운 선수들이 올해처럼 신예가 아닌 베테랑이었다는 것이다. LG는 주전 2루수였던 손주인을 조쉬벨이 떠난 3루에 배치하고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경수를 2루수로 기용했다. 정성훈(1루수), 박경수(2루수), 손주인(3루수), 오지환(유격수)으로 내야진을 재편했고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역대급 반전을 이뤘다. 6월초까지는 최하위였지만 최종성적 4위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플레이오프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넥센에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준플레이오프에서 NC를 압도하며 업셋을 이뤘다. LG의 지난 10년 중 가을야구 기세만 놓고 보면 2014년이 가장 뜨거웠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스토브리그에서 전력보강을 이루지 못했다. 내부 FA 박용택 재계약에는 성공했지만 당시 FA 시장 최대어였던 장원준 영입에 실패했다. 장원준의 시장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고 장원준이 두산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만 봤다.

실책은 하나 더 있었다. 입단 당시 프랜차이즈 유격수로 낙점했던 박경수를 놓아주듯 떠나보냈다. 당시 운영팀장을 맡았던 송구홍 전 2군 감독은 “현장에서 박경수를 잡자는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KT와 겨우 2억원 차이로 박경수를 보내고 말았다”고 돌아본 바 있다. 박경수는 KT와 4년 최대 18억 2000만원에 계약했다.

물론 KT 박경수와 LG 박경수는 다른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이가 크다. 박경수는 KT에서 공수겸장 정상급 2루수로 올라섰다. 장타에 눈을 뜨면서 20홈런을 터뜨리는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부상과 부진이 겹쳐 어려운 시즌을 보냈지만 대부분의 내야수들이 2루를 포기하는 시점에서도 그는 2루를 지킨다. 만 37세 임에도 가을야구 주역으로 우뚝 솟았고 KT는 통합우승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박경수
2014년 10월 6일 잠실 NC전에서 호수비를 펼치고 있는 LG 시절 박경수.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박경수가 KT에서 전성기를 보낸 것과 대조적으로 LG는 오랫동안 2루를 향해 거대한 물음표를 안고 있다. 2018년부터 특히 그렇다. 강승호가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한 손주인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강승호는 2018년 7월말 중간투수 문광은과 트레이드됐다. 이후 정주현, 정근우, 서건창 등이 2루수로 출장했다. 박경수가 2015년부터 7년 동안 KT 유니폼을 입고 홈런 114개를 쏘아올리는 동안 LG 2루수들이 친 홈런은 41개에 불과하다.

LG 시절 박경수는 타석에서 역할이 극히 한정됐다. 출루 혹은 진루타에만 중점을 뒀다. 좋은 타격 메커닉을 지녔음에도 그를 중심타자로 바라본 LG 지도자는 거의 없었다. 2014년 겨울 프런트와 현장의 동반실책으로 인해 LG 2루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과제가 됐다. 이번 겨울 과제 또한 2루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