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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베이스볼 홀 오브 페임이 발표한 2022년 명예의 전당 후보 명단. 기존 17명, 자격 첫해 13명 등 30명이다. 사진=MLB 네트워크 캡처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22년 미국야구기자단(BBWAA)이 선정하는 ‘내셔널 베이스볼 홀 오브 페임(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 후보자 명단이 발표됐다.

명예의 전당 측은 23일(한국 시간)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등 기존 후보(17명)와 함께 올해 처음 자격을 갖춘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이비드 오티스, 지미 롤린스 13명 등 총 30명을 발표했다.

BBWAA 소속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의 투표로 2022년 1월26일 MLB 네크워크를 통해 2022년 명예의 전당 회원이 확정된다. 2022년 명전 회원은 역대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투표로 평가된다. 30명 후보 자체가 쟁쟁하다. 하지만 기존 17명 가운데 지지자가 나올지, 13명 가운데 자격 첫 해 명전 회원이 탄생할지는 불투명하다. 스테로이드 시대 한복판에서 약물 혐의를 받은 선수들이 포함돼 있어서다.

BBWAA의 명전 회원은 75%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투표인단은 해마다 약간씩 조정된다. 2020년 투표인단은 397명이었다. 2021년은 배출되지 않았다. 2022년 메이저리그 명전 회원 투표의 큰 이슈를 짚어본다.

커트 실링
전 보스턴 레드삭스 카트 실링은 2022년이 명예의 전당 후보 마지막 해이다. AP연합뉴스

◆9수 턱걸이를 통과할 수 있을까

올해로 10년 자격이 완료되는 레전드급 플레이어는 4명이다.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커트 실링, 새미 소사 등이다. 본즈, 클레멘스, 소사는 약물혐의자들이다. 월드시리즈 핏빛 투혼의 실링은 거침없는 언행이 감점 요인이었다. 기자들과 불편한 관계다. 9수생 실링은 2021년 마지막 투표에서 71.1%의 지지를 얻어 막차를 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역대로 자격 마지막 해에 70%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경우 이듬해 명전 회원이 됐다.

2021년 투표에서 홈런왕 본즈는 61.8%, 클레멘스는 61.6%였다. 2013년 자격 첫 해 때 클레멘스 37.6%, 본즈 36.2% 지지에서 해마다 야금야금 지지를 얻었다. 본즈는 MVP 7회, 클레멘스는 사이영상 7회의 전무후무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약물 혐의를 부정하며 명전 자격에 오르면서 기자들로부터 거의 농락을 당하고 있는 수준이다. MLB 사상 유일하게 홈런 60개 이상을 3차례나 엮어낸 소사는 17.0%의 지지에 불과했다.

경력이 오래된 야구기자들은 본즈와 클레멘스 지지가 높다. 약물 이전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MVP와 사이영상을 받았던 터라 탁월한 재능을 인정한다. 하지만 젊은 기자들은 약물에 의한 기록 작성으로 야구 오염의 장본인으로 평가해 지지를 하지 않는다.

BBWAA 투표에서 탈락하면 원로위원회에서 구제받을 수 있다. 클린시대에 현역으로 뛴 원로들은 약물을 훨씬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가능성이 더 적다. 게다가 원로위원회는 해마다 투표를 하는 게 아니다. 본즈, 클레멘스가 막차를 탈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다.

◆로드리게스와 오티스의 투표 결과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2010년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한 방송국과 인터뷰에 응하는 뉴욕 양키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스포츠서울 김도훈 기자

MVP를 3차례나 수상한 알렉스 로드리게스(이하 에이로드)에게 2022년 명전 회원 후보자 명단 발표는 끔찍스러운 일이다. 제2의 본즈, 클레멘스, 소사처럼 투표로 농락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로드는 기록만으로 당연히 명전 회원감이다. 22년 동안 타율 0.295 홈런 696 타점 2086개를 작성했다. 타율 1위, 홈런왕(5회), 타점왕(2회) 등 역대 MLB 가장 우수한 우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약물 복용한 사실이 전국민 앞에서 거짓말한 게 탄로난 전력이 있다. 2007년 유명한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자신은 “한 번도 약물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2009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드지에 약물복용이 폭로됐다. 2014년에도 약물복용이 발각돼 MLB로부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런 전력 때문에 기자단 투표에 의한 명전 회원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2004
2004년 뉴욕 양키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홈런을 때리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 슬러거 데이비드 오티스. 로이터연합뉴스

데이비드 오티스는 과연 자격 첫 해 BBWAA 기자들이 75%의 지지를 해줄지가 관건이다. 20년 통산 타율 0.286 홈런 541 타점 1768개를 남겼다.

미국 야구기자들은 지명타자의 활약에 대한 평가는 매우 인색하다. 오티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2004년~2007년이 최고 전성기였다. 2005년에는 홈런(54), 타점(137) 1위에 올랐지만 MVP는 수상하지 못했다. 지명타자였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홈런 47, 타점 148개(1위)를 기록하고도 뉴욕 양키스 에이로드에게 빼앗겼다.

순수 지명타자로 명전 회원이 된 경우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해롤드 베인스(원로위원회)와 전 시애틀 매리너스 에드거 마르티네스다. 마르티네스는 9수 끝에 2019년 명전 회원이 됐다.

에이로드와 오티스는 폭스-TV 포스트시즌 프리게임, 포스트게임 쇼에 함께 출연하고 있다. 둘의 투표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