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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김종국 감독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
‘초보 단장’ KIA 장정석(48) 단장은 ‘초보 사령탑’ 김종국 감독이 느낄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국구 인기구단이자 KBO리그 최다 우승(11회)팀을 재건한다는 게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선수 기용부터 경기운영, 선수육성까지 모든 과정을 1군 감독이 혼자 끌어갈 수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KIA의 오랜 관습인 ‘선수단 운영은 온전히 1군 감독 권한’을 깨야 체질개선이 가능하다는 절실함도 ‘감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메이저리그식 40인 엔트리를 접목해 1군 감독이 지휘해야 할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계획도 ‘운영과 육성의 이원화를 통한 시스템화’를 위해서다. 장 단장은 “감독은 1군급 선수들을 운용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바탕을 조성해줘야 한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감독이 해야 할 일이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많다. 감독이 설정한 방향성에 맞춰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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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부담은 선수단 관리 이원화만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전장에서 싸우려면 그에 맞는 장수가 필요하다. 장 단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감독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선수단에 전달할 코칭스태프도 중요하지만, 코칭스태프의 메시지를 선수단에 이식할 ‘클럽하우스 리더’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장 단장이 프리에이전트(FA) 양현종(33)과 계약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현종의 존재감은 단순히 10승 투수에 그치지 않는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가는 중에도 KIA 투수들의 질문세례에 시달렸다. 농담을 섞어가며 힘을 북돋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심리적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KIA 투수들에게 양현종은 여전한 ‘리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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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KIA의 클럽하우스 리더였던 이범호 김주찬 등은 자신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날에도 더그아웃에서 쉼없이 후배들과 교감했다. 노림수를 전하기도 하고, 타석에서 실패한 원인을 바로바로 진단하는 등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는 경기 중에는 선수들에게 기술적 조언을 잘 하지 않는다. 혼란을 가중할 수도 있고, 선수가 자존심 상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배는 다르다. 함께 전쟁을 치르는 전우이다 보니 경험 많은 선배가 들려주는 노하우는 그 자체로 자양분이 된다. KIA 좌타자들이 최형우 옆을 떠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KIA는 선발 야구로 회귀해야 한다. 젊은 불펜진이 많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양현종의 합류는 선발진에 확실한 기둥이 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포스트 양현종’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이의리가 성장하는데도 양현종의 존재감은 완벽한 자양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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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단장은 “양현종을 잔류시키는 것만큼 그 이후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현종과 호흡을 맞출 외국인 투수 영입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다니엘 멩덴과 보 다카하시도 충분히 매력적인 투수이지만, 헥터 노에시나 아퀼리노 로페즈, 애런 브룩스 같은 한 경기를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등장한다면 선발 안정을 이끌 수 있다. 마운드 안정만큼 감독의 부담을 덜어줄 방법도 없는만큼, 장 단장의 시간에 관심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