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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29·토트넘)은 아시아 대표 축구 아이콘이자 롱런의 상징으로 비치고 있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한 손흥민은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진행중인 가운데 어느덧 유럽 빅리그에서 12시즌째 뛰고 있다. 여전히 축구 변방으로 불리는 아시아 선수가 빅리그에서 장기간, 그것도 톱클래스 수준으로 뛰는 건 1970~1980년대 차범근 전 수원 감독 이후 처음이다. 차 전 감독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당대 최고 리그로 불린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면서 리그 98골(308경기), 공식전 전 경기 121골(372경기)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지난 2019~2020시즌과 2020~2021시즌에 걸쳐 차 전 감독의 기록을 모두 넘어섰다. 그는 독일과 잉글랜드를 오가며 정규리그에서만 118골(346경기)을, 컵대회와 유럽클럽대항전을 포함해 현재까지 164골(467경기·클럽 친선전 제외)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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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의 큰 힘이 되는 건 기복이 사라진 점이다. 독일 무대 시절만 해도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힘이 떨어지고 승부처에서 기복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EPL 입성 이후엔 다르다. 토트넘 입성 첫 시즌이던 2015~2016시즌에만 과도기를 겪었을 뿐 그 이후 매 시즌 상승 기류다. ‘톱클래스 공격수 지표’로 불리는 리그 두자릿 수 득점이 상징적이다. 그는 2016~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해냈다. 올 시즌도 현재까지 14경기에서 7골. 2경기당 1골씩 터뜨리면서 6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이 유력하다.
기복이 사라진 데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입단 초기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코드가 잘 맞는’ 2선 조력자가 든든히 뒷받침했다. 또 EPL은 스프린트와 양발 슛에 모두 능한 손흥민이 장점을 잘 발휘할 스타일을 지녔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조제 무리뉴 등 이제까지 토트넘을 이끈 감독 모두 손흥민의 이런 장점을 살리는 전술로 그의 역량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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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챔피언스리그 뿐 아니라 국가대표로 두 차례 월드컵(2014 브라질·2018 러시아)을 경험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도 경기력에 반영됐다. 그는 지난 시즌 에릭센이 토트넘을 떠나면서 2선 공백이 발생했을 때나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해결사와 조력자를 오가며 팀의 보석 같은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손흥민은 두 시즌 연속 10(골)-10(도움)을 달성하는 등 최근 득점 뿐 아니라 도움 숫자도 크게 늘었다. 경기 전체를 지배하는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손흥민에게 자신감을 품게 하고 한결 여유롭게 매경기를 임하게 했다. 그러다보니 골 결정력을 비롯해 각종 정확도 수치가 꽤 높아졌다. 올 시즌에도 그는 현재까지 EPL 14경기에서 33개의 슛을 시도했는데 42%인 14개나 유효 슛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7골을 기록, 유효슛 중 절반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두 번 골문을 향하면 한 번은 득점이 된다는 얘기다. 왜 ‘월드클래스’로 불리는지 올 시즌에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