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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 달을 공들였다. KT 이숭용 단장이 직접 만나 끈질긴 구애 공세를 했다. 이 단장은 “원소속팀에 대한 강한 애정이 최대 변수였다”고 돌아봤다.
KT는 29일 프리에이전트(FA) 박병호(35)와 3년 총액 3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한시즌 30홈런 이상 때려줄 수 있는 4번타자를 찾던 KT는 FA 시장 개장과 동시에 박병호에 집중했다. 이 단장은 이날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2연속시즌 통합우승에 도전하려면 확실한 한 방을 갖춘 거포가 필요했다. (박)병호는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됐을 때(2011년) 같이 생활하기도 해 성향이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선수였다.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전화를 걸었고, 한 달을 공들여 계약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계약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히어로즈에 대한 박병호의 강한 애정 때문. 이 단장은 “(박)병호가 ‘고민할 시간을 달라’며 심사숙고하는 것을 느꼈다. 현재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준 팀은 누가 뭐래도 히어로즈 아니겠는가. 본인도 원소속팀에 남고 싶은 마음이 강했을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도 절실할 수밖에 없어, 충분히 고민하고 결론을 낼 시간을 줬다”고 돌아봤다. 박병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한 손편지에서 ‘유망주로 머물던 시절 히어로즈 선수로 뛰며 전폭적인 기회를 받은 덕분에 성장했다. 미국에서 한국 복귀를 결정했을 때도 두 팔 벌려 환영해주신, 고향 같은 팀’이라는 말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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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의 합류로 KT 타선은 파괴력을 확보했다. 이 단장은 “더그아웃 리더 역할을 할 베테랑이 필요할뿐더러 중심 타선에서 흐름을 바꿀 거포가 합류했다는 측면에서 어느정도 전력보강이 됐다고 본다. (강)백호와 번갈아가며 1루수로 나서면 체력안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근 2년간 41홈런 142타점 타율 0.226에 그쳐 에이정 커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 단장은 “환경이 바뀐데다 우리팀은 선수들이 자유롭게 자기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박)병호도 예년의 기량을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단장 취임 때 “선수들이 오고 싶어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던 이 단장은 “(박)병호가 이적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KT 선수단 문화나 분위기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선수들이 ‘KT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던데, 그간 KT만의 팀 문화를 만드려고 선수단을 포함한 모든 스태프가 함께 노력한 게 결실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내심 뿌듯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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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거리형 스위치 히터인 헨리 라모스에 박병호까지 가세한 KT는 강백호 황재균이 버티는 기존 타선에 파괴력을 얹어 리그 최강 수준의 짜임새를 구축하게 됐다. 올해 막강한 선발진을 앞세워 통합 챔피언에 등극한 만큼, 내년에도 이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국내 선수 구성을 어느정도 마무리한 KT는 연내 외국인 투수와 계약도 매듭지을 계획이다. 오드사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와 재계약을 추진 중인 이 단장은 “마무리 단계다. 좋은 분위기 속 협상을 진행하고 싶다. 이번주 내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