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결승골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진수가 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8차전 시리아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 7분 헤딩 선제 결승포를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축구국가대표 ‘벤투호’가 시리아를 제압하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 확정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8차전 시리아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 터진 김진수(전북)~권창훈(김천)의 연속 골로 2-0 완승했다. 6승2무(승점 20)를 기록한 한국은 최종 예선 잔여 2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 월드컵 본선 직행권(조 1~2위)을 따냈다. 시리아는 2무6패(승점 2)로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1954년 스위스 대회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2022 카타르 대회까지 10회 연속 본선 진출 금자탑을 세웠다. 10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은 건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다. 이전과 비교해서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하면서 준비 작업도 한층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월드컵은 올 11월에 열린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27일 레바논과 7차전(1-0 승)처럼 4-4-2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붙박이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보르도)와 지난 터키 전지훈련서부터 오름세를 타는 조규성(김천) 콤비를 또다시 공격 선봉에 내세웠다. 둘은 지난 레바논전에서도 합작골을 만들어냈다. 황의조의 왼발 크로스를 조규성이 결승골로 마무리했다. 2선엔 이재성(마인츠)과 황인범(카잔) 백승호(전북)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나섰다.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이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했는데 터키 전훈 평가전 두 경기에서 모두 득점하며 눈도장을 받은 백승호가 대체자로 출격했다. 포백 수비는 김진수~김민재(페네르바체)~김영권 김태환(이상 울산)으로 구성했다. 골문은 레바논전에 이어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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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한국은 킥오프 1분 만에 이재성의 땅볼 크로스를 정우영이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 시리아 골문을 위협했다. 그러나 시리아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10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최전방 골잡이 오마르 하르빈이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수비의 약점으로 꼽히는 세트피스 방어가 또다시 뚫린 듯했다. 다행히 득점은 취소됐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과 교신을 통해 하르빈이 슛하기 전에 한국 최종 수비 라인에 앞서 들어간 것을 확인,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한국은 김진수, 김태환 두 풀백을 전진 배치하면서 특유의 측면 빌드업을 펼치고자 했다. 하지만 시리아는 수세 시엔 하르빈을 제외하고 윙어들이 철저하게 수비에 가담하면서 강한 압박을 펼쳤다. 기술이 좋은 하르빈을 앞세워 예리한 역습을 펼쳤다. 한국은 김민재를 축으로 하르빈의 동선을 제어하면서 맞섰다. 중원의 황인범을 기점으로 지속해서 시리아 밀집 방어를 뚫고자 측면을 두드렸으나 크로스 정확도가 떨어졌다. 전반 44분 황인범의 오른발 크로스를 김진수가 공격에 가담해 머리를 갖다 댔으나 빗나갔다. 전반 추가 시간에 조규성이 왼쪽에서 올라온 공을 달려들며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또 골문은 외면했다.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80%를 차지하며 시리아를 압도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8개의 슛을 기록했는데 유효 슛이 없었다.

지난 레바논전에서 선발 11명을 그대로 90분 풀타임 뛰게 한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변화를 꾀했다. 이날 첫 A매치 선발로 뛴 ‘독일파’ 정우영을 빼고 권창훈을 투입했다. 이재성이 왼쪽으로 이동했다.

시리아는 후반 3분 또 한 번 프리킥 기회에서 몰함 바불리가 위협적인 헤딩 슛으로 반격했다. 그러자 한국은 3분 뒤 백승호의 오른발 프리킥으로 시리아 골문을 위협했다. 양 팀의 ‘0의 균형’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는데, 기어코 풀백의 전진 배치가 효력을 봤다. 김태환이 오른쪽을 파고들어 차올린 공을 왼쪽 풀백 김진수가 다시 문전으로 올라와 헤딩으로 시리아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내내 상대 진영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김진수가 집념의 선제골을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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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는 A매치 두 번째 득점을 기록했는데, 공교롭게도 첫 골을 넣은 장소에서 해냈다. 그는 지난 2019년 1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아시안컵 16강전 바레인전에서 연장전에 결승골을 터뜨린 적이 있다.

벤투 감독은 후반 24분 조규성 대신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행을 확정한 이동준(헤르타 베를린)을 투입하며 공세를 높였다. 황의조를 원톱으로 두는 4-1-4-1 포메이션으로 돌아섰다. 한국은 1분 뒤 결실을 봤다. ‘교체 자원’ 권창훈이 이재성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예리한 왼발 중거리포로 골문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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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권창훈의 추가골은 시리아의 추격 의지를 꺾는 한 방이었다. 시리아는 후반 43분 하르빈의 모처럼 문전에서 헤딩 슛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때리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후반 막판 황의조, 이재성을 빼고 김건희, 김진규까지 투입하면서 시리아를 압박했다. 결국 한국은 시리아에 더는 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두 골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면서 카타르행을 자축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