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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누가 누가 잘할까요.’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세터 고민에 한창이다. 도로공사는 선두 현대건설(승점76, 26승1패)에 이어 2위(승점57, 20승7패)에 랭크됐다. 승점 차는 19로 남은 9경기서 모두 승점 3을 챙긴다 해도 선두를 잡고 올라설 확률은 낮다. 3위 GS칼텍스를 견제하면서 봄배구에 나설 세터 가리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을 투 세터 체재로 치르고 있다. 이고은과 이윤정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시즌 주전 세터로 활약한 이고은이 무난하게 팀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즌 초 고전했다. 김종민 감독이 비시즌 동안 구상했던 한 템포 빠른 토스와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김종민 감독은 이윤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윤정은 ’중고신인’이다. 고교 졸업 후 실업팀 수원시청에서 경험을 쌓고 프로에 입단한 케이스다. 시즌 초반 교체로 간간이 코트를 밟다가 지난해 11월 21일 첫 선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인 이후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았다. 팀 8연승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리스크는 있다. 이윤정은 큰 무대 경험이 적다. 물론 실업 무대에서 우승을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프로는 또 다른 무대다. 특히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 등 베테랑들도 긴장하는 무대에서 프로 첫 시즌을 치르는 신인이 얼마만큼 경기를 이끌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두 세터의 장점은 확실하다. 이고은은 좌우로 올려주는 토스가 곧고 안정적이다. 오픈 공격에 의한 득점 분포(39.4%)가 이윤정(30.8)에 비해 높다. 이윤정은 세트 플레이를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시간차(14.5%)나 속공(5.9%)에 의한 득점 분포가 이고은(시간차 5.7%, 속공 4.4%)보다 높다. 김종민 감독이 경기 흐름이나 상대마다 세터를 자주 교체하는 이유기도 하다. 김종민 감독은 “두 선수로 시즌을 치르는 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했다.
여기에 안예림이 들어왔다. 2019~2020시즌 도로공사에 입단한 그는 181㎝의 장신 세터다. 앞선 두 선수에 비하면 출전 시간도, 기회도 없었지만 장신 세터만이 가진 강점을 코트에서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세터가 자주 바뀌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세터마다 토스하는 타이밍과 구질이 다르기 때문에 공격수들의 공격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다. 김종민 감독은 “큰 경기에서 누가 더 강하고 잘해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라며 “윤정이도 경험을 좀 더 쌓아야 하고, 고은이도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가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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