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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선물’같이 와준 작품이다. 힘든 시기에, 기다림에 지쳐있을 때 와준, 버틸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되어줘 흥행 여부를 떠나 나를 굉장히 행복하게 해줬다. ”

단역부터 차근차근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느덧 연기 경력 10년 차. 배우 조윤서(29)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선물같다고 고백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진솔하면서도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9일 개봉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 출연했다. 영화는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분)이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가지만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 성적 9등급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 분)를 만나며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조윤서는 한지우의 친구 박보람 역을 맡아 통통튀는 매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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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서가 단역을 벗어나서 어엿한 배역을 맡은 첫 영화다. 그는 “오디션을 봐서 캐스팅됐다. 오디션을 보고 문을 나설 때 감독님께서 ‘나와 같이 하자’고 말씀하셨다. 그 자리에서 펑펑 울면서 나왔다. 큰 기대없이 봤던 오디션이라 얼떨떨했다”고 회상했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을 법도 했다. 조윤서는 “보람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대였다. 큰 작품에, 대선배와 함께 연기할 수 있는 큰 배역이 주어졌다. 배역이 크다보니 ‘내 역할을 온전히 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굉장히 큰 책임감과 무게가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조윤서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10대를 맡았다. “맡은 배역(보람 역)이 10대다 보니 요즘 10대 친구들의 제스처나 말투를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다. 집 앞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이 하교하면서 하는 행동을 관찰했다. 피아노 치는 장면이 있어 연습도 정말 많이 했다.”

대배우 최민식과 함께한 소감은 어땠을까. 현장에서의 최민식은 따뜻한 리더였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님께 ‘저 잘 하고 있나요?’라고 여쭤보면 그때마다 ‘보람아 잘 하고 있어. 네가 보람이기 때문에 보람이를 젤 잘 알아.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돼’라고 말씀해주셔서 힘이 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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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연기를 본 소감은 어땠을까. 그는 “연기하는 걸 보면 아쉬운 점만 보이게 된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만족할 만한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그래도 만족한 것은 내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낀 통통 튀고 씩씩하며 당차고 의리있고 매력있는 캐릭터를 GV나 시사회를 통해 보신 분들이 많이 말씀해주셨다. 그 매력을 전달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미소지었다.

극 중 보람은 통통 튀는 밝은 성격이다. 실제 조윤서는 어떤 사람일까. “내 성격은 소심하고 낯도 가리는 편이지만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보람이와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장난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고 시끄럽기도 하다.”

조윤서는 요즘 들어 매체가 주는 영향력에 대해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작품과 배역 선택에 있어 책임감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배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첼 맥아담스’를 좋아한다. 여러 역할과 나이대에 구애받지 않는 배우가 되는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만나기 전까지 배우 활동이 술술 풀리기만 한 건 아니었다. 공백기도 길었다. 그때마다 가족의 응원에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조윤서는 “이 영화의 매력은 수학 이야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삶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영화다. 내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잔잔하고 따뜻해지는 영화”라고 말했다.

et16@sportsseoul.com

사진 |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