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10년간의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졸업하고, 3년간의 공백기 끝에 장기하가 솔로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그가 내린 고민의 답은 무엇일까.

장기하의 첫 EP ‘공중부양’은 밴드 활동을 끝내고 솔로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장기하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다. 그는 ‘공중부양’을 두고 솔로 뮤지션 장기하의 자기소개서와도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장기하라는 아티스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정도의 위치에 있다는 걸 대중과 아티스트들에게 보여주는 자기소개서의 느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1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이후 3년여 만의 컴백이자 솔로 뮤지션으로서 보여주는 첫 앨범인 만큼, 대중에게 돌아오기까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는 장기하다. 3년간 노래방도 안 갈 정도로 음악과 거리를 두며 공백기를 고민으로 가득 채웠다는 장기하는 “제겐 음악이 전부여서 (밴드 활동 마무리는) 인생의 중요한 한 챕터가 끝난 것과 같은 큰 사건이었다. 음악적인 작업들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 고민의 결과물인 만큼,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아’를 비롯해 ‘뭘 잘못한 걸까요’ ‘얼마나 가겠어’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등 수록곡까지 장기하라는 뮤지션이 오롯이 담겨있다. 악기 편성이 거의 없이 목소리로만 이뤄졌고, 랩과 보컬의 경계를 오가는 방식은 ‘장기하’라는 새로운 장르로 부를만 하다.

장기하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우리 지금 만나’ 등 독창적인 사운드와 한국어 맛을 살린 가사가 돋보인 노래를 선보여온 장기하는 솔로 앨범에는 목소리에만 집중하고자 했다. 그는 “밴드 활동을 마무리하고 2년간은 장기하라는 뮤지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내 목소리를 내 목소리답게 음악을 만들자’였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나머진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작년 초에 이 결론을 내고 최근 1년은 음반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 원칙대로 제 목소리로만 무반주로 녹음을 해서 거기에 어울리는 소리를 붙였다. (목소리가 가려지지 않게) 최소한의 소리만 넣고 만들었다”며 “내 목소리의 개성은 유지하고 강조하지만 장기하와 얼굴들 때와 사운드는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밴드 사운드를 줄이다 못해 아예 빼버리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장기하가 직접 쓴 노랫말들은 장기하의 상념의 기록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울의 집을 떠나 2년간 파주에서 살면서 곡 작업을 했다며 “늘 그랬던 대로 내 마음대로 만들었다”며 “매우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을 멍하게 만든 다음에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첫 솔로 활동으로 얻고 싶은 반응에 대해 “리스너들에게 하루에 느끼는 여러 가지 재미 중 하나면 족하다. 아티스트들에겐 ‘이 사람이랑 뭐 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만들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재밌는 생각을 하는 뮤지션들과 다양하게 협업하고 싶은 마음이 많다”고 답했다.

장기하는 솔로 뮤지션으로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우선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하는 첫 단독 공연이 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음반을 냈으니 가장 중요한 이 음반을 보여드릴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서 무사히 잘 재밌게 보여드리는 게 구체적인 목표다”라며 “그 외에도 음반 관련 크고 작은 활동이 계획되어 있다. 음반활동이 마무리된 후에는 밴드 때도 싱글을 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엔 한곡씩 싱글을 내는 걸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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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