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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금메달. 베이징|신화연합뉴스

[베이징 패럴림픽공동취재단] 동계패럴림픽 약자였던 중국이 안방 이점을 톡톡히 누리며 대회를 휩쓸었다.

중국은 지난 4일 개막해 열흘간 펼쳐진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 18개, 은메달 20개, 동메달 23개를 수확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전체 메달 수에서도 61개로 압도적인 1위다. 2위 우크라이나(29개)를 32개 차로 따돌렸다. 하계패럴림픽에서 2004 아테네 대회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5회 연속 종합 1위에 오른 중국이 동계패럴림픽에서 종합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앞선 동계패럴림픽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처음 동계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중국은 직전 대회인 2018년 평창 대회까지 통산 메달 수가 1개에 불과했다. 2014년 소치동계패럴림픽까지는 4회 연속 ‘노메달’이었다. 2018년 평창 대회 휠체어컬링에서 딴 금메달이 중국의 사상 첫 동계패럴림픽 메달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이번 대회에서 펼쳐진 6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가장 재미를 본 종목은 메달이 가장 많이 걸린 노르딕스키(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다. 바이애슬론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6개를 쓸어담았고, 크로스컨트리스키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5개를 땄다. 이외에 알파인스키에서 메달 19개(금 3개·은 9개·동 7개)를, 스노보드에서도 10개(금 3개·은 3개·동 4개)를 수확했다.

뿐만 아니라 휠체어컬링에서는 2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은 결승에서 스웨덴을 8-3으로 눌렀다. 멤버에 변화는 있었지만, 4년 전 평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스킵이었던 왕하이타오가 이번에도 스킵으로 나서 금메달을 이끌었다.

다관왕을 차지한 선수도 여럿이다.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좌식 부문의 양훙충이 3관왕에 등극했고, 알파인스키 여자 입식 부문의 장멍추, 바이애슬론 남자 좌식 부문의 류멍타오,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좌식 부문의 정펑이 2관왕에 올랐다.

장애인 인구가 많은 중국이 대회 유치 직후 유망한 선수를 발굴해 차근차근 성장시킨 것이 이번 대회에서 메달 잔치를 벌인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또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대신 국내 훈련에 집중한 것이 중국이 안방에서 메달 잔치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덕분에 홈 이점을 극대화하고, 전력 노출을 극비에 부칠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대회가 열리기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테스트 이벤트를 개최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휠체어컬링을 제외하고는 테스트 이벤트가 치러지지 않았다. 중국 외 국가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서야 경기장의 설질, 코스 등을 처음 경험했다. 반면 중국 선수들은 패럴림픽이 열릴 경기장에서 반복 훈련을 하며 완벽하게 파악하고, 적응했다.

크로스컨트리스키와 바이애슬론이 열린 장자커우 국립바이애슬론센터는 16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곳에서 처음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고지대 적응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회에서 노르딕스키 6개 종목에 출전한 세계적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강자로 꼽히는 신의현(42·창성건설)도 대회 초반 고지대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번 대회 첫 출전 종목인 바이애슬론 남자 스프린트 좌식 6㎞를 마친 뒤에는 “고지대에 아직 적응이 안된 것 같다. 지대가 높으면 산소가 부족해 호흡이 어렵다. 적응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회 직전 장자커우 국립바이애슬론센터에서 훈련을 이어온 중국 선수들은 이미 완벽 적응한 상태였다.

박승재 대한장애인체육회 훈련기획부장은 “중국 선수들이 대회 직전 6개월 동안 집에도 거의 가지 않고 장자커우 국립바이애슬론센터에서 훈련을 이어왔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인구가 많은 중국에 장애인 꿈나무가 많다. 4년 전부터 이런 선수들을 국제대회에 내보내 성장하도록 하고, 패럴림픽 출전권 획득 이후 전력 노출을 하지 않았다”며 “테스트 이벤트도 없어 중국 외 국가 선수들이 경기장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중거리(10㎞) 좌식 금, 스프린트 은, 장거리(18㎞) 은메달을 따낸 마오중우는 ‘이번 대회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물음에 “개최국의 장점이 있다는 건 맞지만, 모두의 노력과 실력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파라아이스하키에서도 중국은 급성장한 전력을 과시했다. 파라아이스하키 세계랭킹 9위인 중국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둬 B조 1위로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중국은 플레이오프에서 세계 5위 체코를 4-3으로 눌렀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에 4-0으로 승리를 거뒀다.

중국은 대회 유치 이후 유망한 선수를 발굴해 파라아이스하키 강국인 러시아의 노하우를 전수받도록 했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대회에서 파라아이스하키 은메달을 땄다. 한민수 한국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러시아가 소치동계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니콜라이 샤르슈코프가 현재 중국 대표팀 감독이다”며 “아예 러시아에서 지내면서 러시아 팀들과 경기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어리고 유망한 선수가 많아 중국이 앞으로 파라아이스하키에서 강세를 이어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8골을 몰아친 선이펑은 1998년생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힘겨운 상황임에도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 나선 우크라이나는 금메달 11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로 종합 2위에 올라 전쟁으로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위안을 안겼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하려던 선수단이 자칫 베이징에 오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임에도 우크라이나는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선수 20명, 가이드 9명 등을 비롯해 임원·관계자까지 54명이 폭격 위험과 피난 행렬로 인한 혼란을 뚫고 지난 2일 베이징에 입성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단의 ‘중립국 선수 자격’ 출전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가, 다른 국가들의 반발이 거세자 개막 하루 전날인 3일 긴급 집행위원회를 통해 참가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노르딕스키 강국인 우크라이나는 바이애슬론에서 22개(금 8개·은 9개·동 5개), 크로스컨트리스키에서 6개(금 3개·은 1개·동 3개)의 메달을 따냈다. 노르딕스키 남자 시각장애 부문의 비탈리 루키야넨코, 여자 시각장애 부문의 옥사나 쉬시코바는 나란히 2관왕에 등극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메달을 딴 후 하나같이 ‘평화’를 외쳤고,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그리고리 보브친스키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뒤 “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며 전 세계가 매일, 언제나 우크라이나라는 이름을 듣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브친스키는 “나는 스포츠를 사랑하지만, 오늘은 미래 우크라이나에서의 삶을 위해 뛰었다. 제발 전쟁을 멈춰 달라. 우리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개회식에 앞서 ‘전쟁을 멈춰라’(Stop War), ‘우크라이나에 평화를’(Peace for UKRAINE)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평화를 촉구했다. 지난 10일에는 중국 장자커우 선수촌에 모여 전쟁 중단을 외쳤다. 이들은 ‘모두를 위한 평화’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올렸고, 1분간 묵념을 통해 조국의 국민들과 연대했다.

발레리 수슈케비치 우크라이나 패럴림픽위원장은 “인류가 문명화됐다면 전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면서 “아이들과 여성, 사람들은 죽는 게 아니라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죽었다. 전쟁을 멈춰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