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양효진 \'정규리그 1위를 확정 못했어\'
현대건설 양효진이 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한국도로공사전 4세트에서 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2. 3. 1.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어린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해봤으면 좋았을 텐데...”

전화기 너머 양효진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리그 조기 종료’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오지 않길 바라며 노심초사 치렀던 시즌의 끝은 허무하기 그지없다.

지난 21일 한국배구연맹(KOVO)는 여자부 리그 조기 종료를 확정했다. 종료 소식에 가장 씁쓸함을 느낀 건 현대건설이다. 역대급 성적으로 리그 1위를 질주 중이었기에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22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양효진은 “전날(21일) 오전부터 타 팀에서 확진자 소식이 들려 위기를 느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안절부절 못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뭘 하더라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1위 확정까지 승점 1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순위는 5라운드를 기준으로 메겨졌다. 현대건설이 1위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정작 그 1점 때문에 축포를 터트리지 못했다. 양효진은 “지금 돌아보면 (한국도로공사전에서) 그 1점을 따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그 경기에서 마무리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벌써 두 번째다. 2019~2020시즌에도 V리그가 조기종료됐다. 당시 여자부 1위가 현대건설이었다. 양효진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까 당황스럽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리그가 조기 종료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리그가 중단되는 일이 빈번해지니까 그때부터 우리팀뿐 아니라 모든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라고 밝혔다.

가장 아쉬운 건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들이다. 양효진은 “챔피언결정전은 확실히 리그와 다르다. 어린 선수들이 큰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게 아쉽다. 사실 기대도 많이 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도 다들 해왔는데 그 부분이 안타깝다”고 했다.

성과는 있다. 직전 시즌 최하위로 구겼던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양효진은 “작년에는 서로 힘들어서 보듬어주고 잘해보려 노력했다. 시즌 전에는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언제 다시 이 멤버로 합을 맞출지 기약이 없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양효진을 비롯해 레프트 고예림, 세터 이나연, 리베로 김주하가 FA(자유계약선수)자격을 얻는다. 양효진은 “프로 세계에서 영원한 건 없다. 개인적인 일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관해선 결정할 수 없지만, 이번 시즌 배구를 하면서 ‘한팀이 됐다’는 느낌을 받아 즐겁게 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여자배구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양효진은 몸소 느꼈다. 그는 “이번 시즌 새로 입문한 팬들이 많다. 배구를 오래하다 보니 이렇게 많은 팬이 배구를 좋아해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뭉클한 느낌이었다”면서 “포스트시즌이 관심, 집중도가 높다.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경기다. 정규리그와는 다른 느낌이다. 이번에는 관중 허용으로 팬과 함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나 했는데 우승보다도 그게 더 아쉽다”며 팬들과 포스트시즌을 호흡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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