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혁과 포옹하는 김종국 감독
KIA 류지혁(왼쪽)이 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결승타로 승리를 따낸 뒤 김종국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선수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팀 전통으로 만들고 싶다.”

KIA 김종국 감독의 지향점이다. 존중과 배려, 인내는 선수단 화합을 이끈다. KIA 류지혁(28)이 김 감독의 철학을 실천해 팀에 첫 승을 안겼다.

류지혁은 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8회말 역전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이 점수는 결승점이 됐고, KIA는 개막 세 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팀 재건 중책을 맡아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도 류지혁 덕분에 세 경기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 2020년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은 백업 설움을 훌훌 벗어던지는 듯했다. 오재원 김재호 허경민 등 국가대표 내야수 틈에서 주전급 백업으로 평가받은 류지혁은 이범호가 은퇴하고 김선빈이 2루수로 전향해 공백이 생긴 KIA 3루를 책임질 적임자로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팀을 옮긴지 일주일 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지난해도 이렇다 할 활약을 못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바꾸는 등 절치부심한 류지혁은 스프링캠프 평가전까지 주전 3루수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타격감이 떨어졌고, 고졸(동성고) 신인 김도영(19)이 약진해 벤치로 밀려났다. 개막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 3일 광주 LG전에서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섰지만 유격수 땅볼로 돌아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하는 류지혁
KIA 류지혁이 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결승타를 뽑아낸 뒤 팀명이 새겨진 가슴을 두드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두 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2-3으로 뒤진 8회말 1사 2, 3루에서 시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류지혁은 한화 장시환을 상대로 결승타를 뽑아내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그는 “두 번 모두 승부처에서 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미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힌 혈을 뚫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팀과 자신의 새 시즌이 술술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김도영과 경쟁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류지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개의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개막 세 경기에서 11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인 김도영에게 “가장 잘하는 선수가 주전으로 나서는 게 프로다. 네가 주전이니까 고교 때처럼 네 플레이를 하다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보듬어 안았다. 그는 “경쟁은 경쟁이고, 선배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건 당연한 도리”라며 “후배에게 좋은 얘기를 해주는 것은 선배로서 당연한 일이다. 경쟁자가 못하기를 바라기보다 자극제로 여기고 내 역할에 충실하자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은 언제나 피말리는 싸움이지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는 법이다. 류지혁도 이렇게 선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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