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경 포스코에너지 감독 양하은
전혜경(왼쪽) 포스코에너지 감독이 지난 8일 2022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대상 시상식에서 코리아리그 여자부 감독상을 받은 뒤 최우수선수상을 탄 양하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선수들이 탁구만 잘 치는 게 아니라, 탁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으면 한다.”

한국프로탁구 원년 코리아리그 여자부 감독상의 영예를 안은 전혜경(46) 포스코에너지 감독. 그가 평소 강조하는 지도 철학이다. 그는 지난 8일 경기도 수원시 스튜디오T에서 열린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전 감독은 지난 2011년 창단된 포스코에너지 여자탁구단에서 김형석(61) 감독과 함께 코치생활만 11년 넘게 하다가 지난 1월18일 감독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리고는 4월 제68회 전국종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일반부 우승을 일궈내며 감독으로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이어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지도력과 용병술로 지난달에는 한국프로탁구리그 원년 코리아리그 여자부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포스코에너지 여자탁구단 전혜경 감독과 양하은
포스코에너지 전혜경(왼쪽) 감독과 양하은이 팀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특히 김형석 전 감독(현재 기술고문)과 함께 중학교 졸업 뒤 실업행을 바로 택한 김나영(17) 등 유망주들을 조련해 한국 탁구 차세대 주역으로 키워냈다. 김나영은 올해 종별선수권에서 여자단식과 복식까지 우승하는 등 3관왕에 등극했고, 이어진 2022 아시아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당당히 여자부 1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전혜경 감독은 팀 사령탑 교체 과정에서도 국내최강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선수들이 흔들릴 수도 있었는데,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경기력이 변하지 않도록 힘썼다. 다년간 코치 경험의 노하우가 선수들과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형석 감독이라는 큰 나무 아래서 코치 수업을 잘 받아서 올해도 좋은 성적을 이어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코치시절 그는 김 감독과 함께 지난 2019년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인 종합탁구선수권대회 여자일반부 2연패까지 달성했다.

전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게 겸손과 인성이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매주 월요일 선수들과 미팅을 한다. 선수들에게 책을 많이 읽도록 독려하고,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한 얘기도 나눈다. 탁구만 연마하는 게 아니라 인성을 갖추고 지혜를 얻도록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에너지에는 중국에서 귀화해 국가대표 에이스로 오랜 동안 활약해온 전지희(30)를 비롯해,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양하은(28), 그리고 김나영·유한나·김별님·김예린·유시우 등이 포진해있다.

전혜경 감독은 “독한 마음으로 열심히 선수들을 가르쳤다”며 “올해 출범한 프로탁구리그 첫 우승은 너무 의미가 크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이에리사 전 현대백화점(해체) 감독,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처럼 선수시절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여성 지도자는 아니다. 하지만 유능한 감독 지도 아래 착실히 코치 수업을 받으며 이제 국내에서 주목받는, 보기 드문 여성 사령탑으로 우뚝 섰다. 대한항공 선수시절에는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의 ‘이질 라바’로 국가대표 국내는 물론 국제대회 ‘강호 킬러’로 명성을 얻었다.

이에 대해 그는 “지도자 DNA와 선수 DNA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이 노력을 해야 메달을 따는 것처럼, 지도자에 맞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혜경 감독의 지도자로서의 더 큰 꿈은 뭘까? 그는 “한국 여자탁구는 지난 12년 동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언젠가 내가 국가대표 감독이 된다면, 여자탁구 올림픽 메달 획득을 제일 목표로 할 것이다. 내가 키운 선수들과 함께라면 더 의미가 크겠다”고 밝혔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