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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DDP | 황혜정기자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진화하려면 이상해져야 한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를 슬로건으로 창작자와 영화팬을 위한 영화제로 새롭게 돌아온다.

14일 서울시 동대문구 동대문DDP플라자에서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기자간담회에서 정지영 집행위원장은 “감회가 새롭다. 드디어 관객과 전면적으로 만나는 축제다운 축제가 시작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집행부에서 상당히 세밀하고 새로운 알찬 기획을 많이했다. 기대를 많이 해주셔도 좋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요즘의 화두는 영화제가 전면적으로 대면으로 열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시 영화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칸에서 오프닝을 장식한 ‘탑건: 매버릭’도 전세계적 흥행을 하고 있고 ‘범죄도시2’도 흥행하며 극장가가 활력을 띠고 있다”라며 “전세계가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었다. 팬데믹의 끝을 통과하니 전쟁, 경제적 인플레이션이 기다리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계만 생각한다면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영화계는 두 개의 팬데믹을 겪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바이러스고, 두 번째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팬데믹이다. 전세계 영화제작, 배급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활동의 위축이 있었는데 내적으로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 과연 앞으로 영화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앞으로의 영화제를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데이터 중심의 영화제를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유튜브 등의 플랫폼으로 영화의 경계가 희미해진 것에 대한 위기감도 언급했다. 신 위원장은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가 닥친 것은 과연 ‘영화라는 것이 무엇인가’. 영화에 대한 정의가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다. 왜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화라 하고 ‘오징어 게임’은 영화라 안 부르는가. 왜 틱톡(TilTok)의 1분 이하의 대단한 영상들은 영화라 안 불리는가. 도대체 ‘무엇이 영화인가’ 라는 질문을 가지고 고민을 많이 했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시리즈를 만들면 영화 감독은 아닌가 하며 영화의 정의를 다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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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이렇게 복잡할 땐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럼 영화란 무엇인가.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란 것이다. 결국은 디지털로 통합되어 있다. 비주얼 스토리텔링으로 무언가를 전하는 것은 전부가 영화라고 정의하려 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도 영화고 HBO ‘왕좌의 게임’도 영화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만 중심으로 영화라고 한다면 너무 한정된다. 이익의 충돌이 있기 때문에 영화제가 해야 할 일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일들을 해나가려한다. 100%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하는 분은 아무도 없을 거다. 우리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 진화(transform)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신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많은 해외 게스트들이 오실 예정이다. 관객들과 부천 시민들과 영화에 관심있는 분들이 모여서 축제를 하실 수 있도록 ‘7월의 핼러윈’이라 이름 붙였다. 우리가 부천식으로, 아시아식으로 해석한 핼러윈을 선보일 것이다. 꿈은 스페인의 ‘토마토 페스티벌’처럼 장기적으로 부천의 문화자산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라며 “진화하는 영화제가 되겠다. 진화하기 위해서는 이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슬로건은 당분간 ‘이상해도 괜찮아’로 가져가려 한다. 열심히 했다. 응원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2022년 제26회 BIFAN의 개막작은 ‘멘’(알렉스 가랜드 감독)이다. 신 집행위원장은 “개막작을 정하는데 굉장한 언쟁을 겪었다. 최종적으로는 영국 감독인 알렉스 가랜드의 ‘멘’이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부천영화제에서는 굉장히 오랜만에 R등급(15세 관람가)이 선정됐다. 알렉스 가랜드는 소설가이자 ‘엑스 마키나’(2015)의 감독이다. 마지막 10분이 굉장히 논쟁적이다. 그래도 부천영화제에서 꼭 소개해야 할 영화라고 생각했다. 알렉스 가랜드가 굉장히 여러 장르를 섭렵한 감독인데 대단히 흥미가 가는, 지켜볼 만한 감독이라 생각했다. 우리 프로그래머들이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폐막작으로는 정범식 감독의 ‘뉴 노멀’이 선정됐다. 신 위원장은 “정범식 감독도 논쟁적이다. ‘곤지암’이란 영화로 정점을 찍었다. 한국 사람이 이런 공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놀라웠고 큰 호평을 받은 감독이다. 외로운 시대에 겪는 공포를 굉장히 잘 구성하셨더라. ‘뉴 노멀’은 배우 최지우, 이유미, 하다인, 샤이니 민호, 정동원 등이 출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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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BIFAN에선 공식 선정작 42편을 포함해 총 268편을 상영한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관객들이 취향대로 영화를 고를 수 있도록 섹션을 개편했다. 장·단편, 시리즈, XR프로그램까지 포함됐다. 지난 2년간 많이 축소된 상영관을 확대해 진행하고, 심야·야외 상영을 포함했다. 부천초이스경쟁부문의 모든 감독들을 비롯해 해외 게스트들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거장들의 마스터섹션도 열린다. 방역으로 중단된 어린이 심사단도 부활해 활동을 재개한다. 작년에 이어 웨이브 온라인 상영관도 유지한다. 138편의 영화가 온라인으로 상영된다”라고 밝혔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코리아 판타스틱 경쟁부문은 한국 영화만 모아서 경쟁부문으로 모은지 7년이 됐다. 성과가 돼 돌아오는 시기인 것 같다. 올해 출품된 작품들이 기세와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 굉장히 많다. 앞으로 한국영화의 미래에 어떤 새로운 재능으로 탄생될지 주목해달라”라며 “특히 이번 작품들에는 배우 이정은, 윤균상, 김예원, 한선화 같은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시리즈킬러’ 섹션은 감독의 시도에 주목해서 이 감독이 다른 영역으로 갔을 때 어떤 결과를 냈는가에도 집중했다. 그 감독들의 고민들에 대해서 우리도 같이 고민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시도로 만들었다. 1400편이 넘는 작품 중 16편이 경쟁부분으로 상영된다. 이번에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에 진출한 ‘각질’을 비롯해 주목할만한 작품이 상영된다”고 소개했다.

배우 특별전이 3년만에 다시 시작된다. ‘설경구는 설경구다’를 통해 배우 설경구가 직접 택한 7편을 상영한다. 모 프로그래머는 “창작자 뿐만 아니라 팬 문화에 대한 고민도 담아봤다.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BL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BL 특별전’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남종석 프로그래머는 “이제부터는 모두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영화를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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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슬로건은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이다. 팬데믹을 벗어나 3년 만에 본격 대면 축제가 될 제26회 BIFAN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응축했다.

신 위원장은 “모든 문화적 예술적 성취는 ‘이상한’ 경계에서 ‘이상한’ 감각기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의해 태어났다”면서 “오히려 ‘이상해야 괜찮다’는 것이 BIFAN이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풀이했다.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는 ‘이상한’ 상황에서 영화는 단순히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26회 BIFAN은 오는 7월 7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부천에서 전면 대면 방식으로 개최하면서 온라인을 병행한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