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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우영이 16일 잠실 삼성전 8회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처음으로 의도된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다. 낮은 지점에서 강렬한 무브먼트를 동반한 151㎞ 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향했고 타자는 구위에 눌린 채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LG 광속 사이드암투수 정우영(23)이 진화를 향한 굵직한 첫 발자국을 내딛었다.

정우영은 지난 16일 잠실 삼성전 8회초 1아웃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강민호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으나 강한울을 투수 땅볼, 송준석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날도 늘 그랬듯 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150㎞를 훌쩍 넘었다. 최고 구속은 송준석에게 던진 던진 3구 155㎞였는데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 공이었다.

포수 유강남은 이례적으로 미트를 높게 두면서 하이 패스트볼을 유도했다. 그리고 정우영은 유강남의 미트를 향해 151㎞ 하이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송준석의 배트는 구위에 완전히 밀렸고 좌익수 김현수가 편하게 타구를 잡았다. 정우영은 시즌 15번째 홀드를 올렸다.

정우영은 코너워크 보다는 구위로 타자를 잡는 투수다.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구위로 땅볼을 유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이날 하이 패스트볼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경기 후 유강남은 당시 순간에 대해 “내 기억으로는 우영이에게 처음으로 경기 중 하이 패스트볼을 요구한 것 같다. 벤치에서 감독님이 사인을 주셨고 바로 그 사인을 받아 우영이에게 요구했다. 정말 잘 들어왔다”고 미소지었다.

사이드암 투수의 하이 패스트볼은 더할나위 없이 강력한 무기다. SSG 박종훈, KT 고영표가 정상급 투수로 꼽히는 비결도 하이 패스트볼에 있다. 이들은 로케이션 좌우 뿐이 아닌 상하도 활용하며 타자들의 시선과 타이밍을 흔든다. 그런데 정우영처럼 150㎞를 쉽게 던지는 투수가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하면, 타자들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이제 공 하나를 던진 것 뿐이다. 그래도 정우영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하이 패스트볼 하나가 굵직한 진화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우영은 1년차부터 승승장구했음에도 늘 구종에 대한 욕심, 그리고 구위에 대한 욕심을 유지하며 발전했다. 지난 시즌 후에는 마음먹고 벌크업에 임했고 올해 보다 건강한 몸으로 평균 구속 151.7㎞(스탯티즈 참조)를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유일한 평균구속 150㎞대 사이드암 투수다.

정우영은 지난 15일 “올해 목표로 삼은 평균 구속을 이루고 있어서 좋다. 하지만 타자에게 안타를 맞고 실점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때마다 캐치볼에서 새로운 구종, 혹은 다른 로케이션을 던지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아직 실전에서 사용할 정도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좌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슬라이더, 높게 형성되는 투심을 던져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절묘한 하이 패스트볼로 이닝을 마쳤다. 말하는 대로, 그리고 생각한 대로 무섭게 진화하고 있는 정우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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