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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개장한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의 도미니카 아카데미.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도미니카 공화국에 아카데미 시설을 운영하며 선수들을 육성한다. 출처 | MLB.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KBO리그 사장단은 매년 한 번씩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서 약 일주일 동안 메이저리그(MLB) 경기를 관전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명분은 체험 학습인데 영전에 가까웠다. 실무와 거리를 두는 사장이라면 특히 그랬다. MLB와 미국 야구 시스템을 경험하기에 일주일을 너무 부족한 기간이다. 경기 관람보다는 MLB가 내부적으로 어떤 준비과정을 거치고 어떻게 마케팅 활동을 하는지 직접 보고 배우는 게 효과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있는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다시 사장단 MLB 체험을 진행했다. 현재 허구연 총재와 7구단 사장들이 미국 뉴욕에서 MLB를 체험 중이다. MLB 사무국에 방문하고 뉴욕 양키스와 메츠 홈경기를 관전한다. 그런데 올해는 미국만 가는 게 아니다. 사장단이 도미니카에서 MLB 야구 아카데미도 둘러본다. KBO 관계자는 “KIA, KT, 한화를 제외한 7구단 사장단이 MLB 구단이 운영하는 도미니카 아카데미를 방문한다. 미국과 도미니카 일정을 마친 후 다음주 월요일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LB 30구단은 도미니카에 유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보통 만 16세 선수가 유스 아카데미에 등록되고 만 18세에 졸업한다. 졸업 시점에서 MLB 구단과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건너가는 선수들이 많다. 미국 자본이 도미니카에 투입된 결과로 도미니카 국적 MLB 슈퍼스타 다수가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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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구단이 운영하고 있는 도미니카 유스 아카데미. 캡처 | MLB.com

KBO리그는 이듬해부터 육성형 외국인선수 제도를 실행한다. 투수와 타자 한 명씩 퓨처스리그에서 기용할 수 있으며 인당 계약규모는 30만 달러로 제한된다. 육성형 외국인선수 다수가 도미니카 MLB 야구 아카데미 출신이 될 수 있다. 아카데미를 졸업했으나 MLB 구단과 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 혹은 MLB 구단으로부터 30만 달러보다 적은 계약금을 제시받은 선수가 한국을 바라볼지도 모른다. 이번 사장단 도미니카 방문은 육성형 외국인선수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관건은 계약 기간이다. MLB에 입단하는 중남미 선수는 보통 2, 3년 길게는 4년 이상의 기회가 주어진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아마추어 선수들과 같은 조건이다. 수 년 동안 마이너리그 생활을 이겨내고 내부경쟁에서 승리하면 MLB 무대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KBO 육성형 외국인선수는 단년 계약만 가능하다. 1년내에 퓨처스리그를 정복하고 KBO리그에 오르지 못하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KBO는 이번 사장단 미국·도미니카 방문 일정 중 외국인선수 제도 논의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육성형 외국인선수 제도는 물론, 1군 외국인선수 3명 400만 달러 샐러리캡을 놓고도 구단마다 찬반이 팽팽하다. 유의미한 미국과 도미니카 방문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