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유강남 사구에 사과하는 라미레즈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예프리 라미레즈가 지난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와 경기 2회말 1사1루 자신의 투구에 맞은 상대 유강남에 사과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만만치 않은 시작이다. KT 웨스 벤자민과 한화 예프리 라미레즈 모두 과제를 안은 채 KBO리그 커리어 출발점을 찍었다. 10구단이 마치 입을 모은 듯 “외국인선수 시장에서 데려올 선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쉰 게 증명이 되는 모양새다. 더불어 외국인선수 제도 변화를 앞두고 현실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필요도 있다. 이대로라면 외국인선수 고전이 꾸준히 지속될지도 모른다.

라미레즈는 지난 21일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KBO리그 데뷔전에 임했다. 60개 내외로 투구수가 제한된 채 마운드에 올라 2.1이닝 4실점(1자책)했다. 기록에서 드러나듯 수비 실책으로 인해 실점했고 투구수 61개에 비해 이닝이 적었다. 그런데 단순히 수비 실책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안타 5개를 허용했고 4사구도 3개였다. 적응기가 필요하지만 구위에서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좌타자 상대 결정구인 체인지업이 안타로 이어졌다. KBO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좌타자를 잡을 수 있는 자신 만의 무기를 갖춰야 한다.

지난 9일 고척 키움전에서 데뷔전을 치렀으나 팔꿈치 통증을 느낀 벤자민은 26일 수원 LG전을 통해 복귀했다. 키움전에서는 3회까지 무실점으로 순항하다가 이상 증세로 투구를 마무리했다. 약 보름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는데 타자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LG전에서 4이닝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1회 김현수에게 던진 초구가 2점 홈런으로 연결됐고 2회에도 실점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벤자민 영입이 발표된 날 “KIA 놀린 정도는 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KT 새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포토]
KT 새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이 지난 1일 이강철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벤자민은 부상으로 이탈한 쿠에바스를 대신해 KT 새 외국인 투수로 합류하게 됐다.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문제는 션 놀린의 기량도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종아리 파열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놀린은 8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다. 자유롭게 팔의 높이를 조정하는 투수로 주목받았는데 한국 타자들은 놀린의 다채로운 투구에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놀린의 속구 평균구속은 142.8㎞(스탯티즈 참조)에 불과하다. 놀린은 물론 벤자민 또한 2경기에서 보여준 구위로는 활약을 장담하기 힘들다. 최근 KBO리그에서 성공하는 외국인투수 대다수가 구위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SSG 윌머 폰트처럼 공이 빠르거나, 찰리 반즈처럼 팔 각도가 까다로운 경우 성공 확률이 높다. 전력분석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빠른 슬라이드 스텝과 구종에 따른 습관을 지우는 것도 필요하다.

어쩌면 기준점이 너무 높은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 한국 땅을 밟는 외국인선수들은 계약 규모가 100만 달러로 제한된다. 그리고 시즌 중 한국에 오는 경우 계약 시점에 맞춰 계약규모가 줄어든다. 예를 들면, 시즌 절반이 진행된 상태에서 KBO리그에 입성할 경우 계약규모는 50만 달러를 넘을 수 없다.

구단이 느끼는 한계점도 여기에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드는데 상대는 요지부동이다. 성공 확률이 높은 선수를 데려오려면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메이저리그(MLB) 구단은 KBO리그 제도에 신경쓰지 않는다. 11월에도 이적료 30만 달러, 6월에도 이적료 30만 달러를 요구한다. 지난 5일 LG와 계약한 로벨 가르시아 역시 60만 달러 내외 계약규모 중 상당수가 이적료로 지급된다. 가르시아가 받는 금액은 18만 달러다.

실질적으로 외국인선수 시장에서 경쟁자는 KBO리그 구단이 아닌 일본 구단이다. 일본은 상한선이 없다. MLB 구단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을 다르게 바라볼 이유 또한 없다. 즉 일본 구단과 영입 경쟁을 벌이면 승리할 확률이 희박하다. 일본 구단 사정에 따라 외인 영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부터는 외국인선수 샐러리캡 제도가 시행된다. 1군 외국인선수 3명 계약 총액이 400만 달러를 넘길 수 없다. 더불어 새 외국인선수 100만 달러 제한은 유지된다. 몇몇 구단은 샐러리캡은 유지하되 새 외인 100만 달러는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2명까지 기용할 수 있는 30만 달러 제한 육성형 외국인선수 제도 대신, 샐러리캡을 460만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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