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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정현이 2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삼성 백정현(35)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보였던 호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구속은 딱히 변한 것이 없다. 다른 지표들도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제구가 안 된다. 밸런스를 잃은 모양새. 비시즌 구종 추가를 시도했던 것이 독이 된 듯하다.

백정현은 2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KT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3이닝 5피안타(2피홈런) 4볼넷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삼성은 백정현에 이어 황동재까지 무너지면서 4-14로 졌다.

이로써 백정현은 올 시즌 12경기에서 8패, 평균자책점 6.44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 14승을 올린 투수인데 올 시즌은 아직 1승도 없다. 평균자책점도 지난해 2.63에서 크게 올랐다. 2021년 백정현과 2022년 백정현은 완전히 다른 투수다.

구속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2021년 속구 평균 시속 136.6㎞였고, 올해는 평균 시속 136.5km가 나온다. 허삼영 감독도 “구속 등 데이터는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짚었다.

◇ 그 좋던 제구가 사라졌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문제가 적지 않다. 9이닝당 볼넷이 지난해 3.08개에서 올해 3.22개로 늘었다. 반대로 9이닝당 탈삼진은 2021년 6.22개에서 2022년 4.48개로 뚝 떨어졌다. 9이닝당 피홈런도 0.86개에서 2.24개로 늘었다. 지난해 시즌 전체 피홈런이 15개였는데 올 시즌은 이미 16피홈런이다.

제구가 좋지 않다. 스피드가 빠르지는 않아도 다양한 구종을, 다양한 코스로 찌를 수 있는 투수다. 작년까지는 그랬다. 올해는 아니다. 자신만의 릴리스포인트를 잃었다고도 볼 수 있다. 밸런스 문제다. 투수들은 자신이 가장 좋은 공을 뿌릴 수 있는 포인트를 갖고 있다. 민감한 부분이라 잃어버리면 되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지난 비시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고, FA 자격으로 4년 최대 38억원 계약도 맺었다. 여러모로 기분 좋은 한 해를 보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더 잘하고 싶었다. ‘구종 추가’를 결정했다.

기본적으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보유하고 있다. 커브도 원래 던진다. 여기에 시속 100㎞ 미만의 느린 커브를 더하기로 했다. 시범경기에서 던지면서 나름대로 효과도 봤다. 여기에 포크볼도 장착하려고 했다. 체인지업이 있지만, 포크볼은 또 포크볼대로 장점이 있다.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시즌에서도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포크볼은 딱 3경기 던지고 접었다. 느린 커브 또한 안 던지기로 했다. 허 감독은 “레퍼토리 변화를 줬지만, 효과가 좋지 않았다. 좋았을 때 구종만 구사하는 것으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변화 실패의 후유증일까

포심과 투심, 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로 구종을 갖췄다. 좋을 때 모습으로 회귀했으니 금방이라도 작년 모습을 되찾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4월28일 LG전과 5월4일 NC전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QS)를 만들었다.

이후 들쑥날쑥하다. 호투하다 부진했고, 부진하다 다시 잘 던졌다. 심지어 경기 중에도 기복이 있었다. 초반 안 좋다가 고비를 넘기면 순항한다. 6회부터는 또 흔들린다. 선발투수가 이렇게 던지니 벤치도 가늠이 안 된다. 피홈런으로 실점을 계속 하다보니 팀도 끌려가는 경기가 많다.

가설을 하나 세우자면, 느린 커브와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연습을 하면서 다른 구종의 감각까지 영향이 갔을 수도 있다. 더 잘하려는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는 야구계에서 꽤 흔하다.

이 케이스가 맞다면 결국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후유증을 극복해야 한다. 백정현 스스로 자신의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 오래 걸린다면 삼성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백정현이 좋은 투구를 해줘야 삼성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