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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범수가 지난 2일 서울전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조금씩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김범수(22)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갈 곳이 없어 입대를 택했다. 제5기갑여단에서 현역병으로 복무를 마쳤다. 제대 후에도 뛸 수 있는 팀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지인의 소개를 받아 7부리그에서 1경기를 뛰었다. “축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는 김범수에게 불현듯 기회가 찾아왔다. 조기 축구회에서 K4리그 소속 중랑축구단 감독을 만나게 된 것.

중랑축구단에 합류한 김범수를 제주와 남기일 감독이 눈여겨봤고, 테스트를 진행하게 됐다. 김범수는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줬고 제주도 동행을 선택했다. 김범수는 “상대 팀으로 제주를 만났을 때는 떨리진 않았다. 자신 있게 나를 보여주자는 마음뿐이었다”라며 “제주에 입단하고 나니 떨리더라. 처음엔 실감이 안 났다. 자고 일어나면 제주 클럽하우스라는 사실에 조금씩 실감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엔 구자철을 비롯한 선수들과 SNS를 팔로우하게 됐다고 웃음 지었다.

제주는 지난달 21일 김범수 영입을 공식 발표했는데, 당일 열린 17라운드 대구FC전에 김범수가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그야말로 ‘깜짝’ 출격이었다. 김범수는 “팀에 도움이 될까 싶었다. 경기 당일에 진짜 긴장됐다.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 선 것도 처음이었다. 형들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된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자신 있게 플레이했고 좋은 활약을 펼친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그리고 3경기 째던 19라운드 FC서울과 홈 경기에서, 꿈에 그리던 K리그 데뷔골을 쏘아 올렸다. 남기일 감독도 “개인적으로도 팀으로도 김범수가 잘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김범수는 “솔직히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부족한 게 너무나 많다. 뭔가 아쉽다. 팀도 (내가 합류한 뒤로) 승리하지 못해 마음에 걸린다”라며 “더 성장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범수는 하부리거들의 희망이 됐다. ‘K리그 제이미 바디’라는 별명도 생겼다. 김범수는 “나도 하부리그에서 1부리그까지 올라왔지만, 자꾸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안 되겠지’ ‘축구 안 해야겠다’는 생각 말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계속 생각했다. 솔직히 자신감이 최고다. 나는 자신감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는 항상 미소를 띤 채 경기에 임한다. “축구가 재밌는 것도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 김범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는 마음”이라며 “어머니가 데뷔골을 직접 보진 못했는데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셨다. 장하고 멋있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이제 시작’이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김범수의 말대로 그의 진짜 축구 인생, 동화같은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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