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 기자] “누구 하나 죽겠다.”

갑작스럽게 바꿨다. 오후 2시에서 5시로 조정했다. 현장은 대환영이다. 원래대로 했으면 큰일날 수도 있다고 했다. 선수는 더하다. 왜 이제야 바꾸냐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삼성과 KT는 18일 오후 5시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팀간 15차전 경기를 펼쳤다. 2위를 빨리 확정하고 싶은 삼성과 최대 3위까지 바라보고 있는 KT의 격돌이다. 질 수 없는 경기다.

원래 오후 2시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9월 ‘빨간 날’ 경기는 오후 2시다. 전날인 17일 급하게 오후 5시로 변경했다. 더워도 너무 덥기 때문이다.

이날도 케이티위즈파크가 있는 수원 조원동 기온은 오후 3시경 34도까지 치솟았다. 2시에 경기를 치렀다면 선수도, 관중도 다 쓰러질 뻔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2시에 했으면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원칙도 좋지만, 원칙 지키다가 죽을 필요는 없지 않나”며 웃은 후 “우리만 힘든 게 아니라 전부 다 힘들다. 관중들도 힘들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어 “일요일(22일 수원 SSG전) 경기가 있는데 그 경기는 어떻게 하려나 모르겠다. 그때도 2시에 안 하면 안 되나. 정말 힘들다. 선수들 얼굴 보면 벌겋게 익어 있다. 5시도 빠른 것 같다. 해가 지고난 후에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같은 생각이다. “대환영이다. 오늘 같은 날씨에 2시 경기했으면 선수들 쓰러진다. 진짜 너무 뜨겁다. 햇빛이 너무 강하다. 내리쬐는 햇볕 강도가 너무 세다”고 말했다.

또한 “어제 급하게 결정했다고 하더라. 경기 중에 얘기를 들었다. 지금 날씨면 선수들 집중력이 떨어진다. 체력도 급격히 빠진다. 2시 경기는 선수들에게 부담이다. 팬들도 힘들지 않겠나. 2시 경기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15일 문학 SSG전에서 직접 체험했다. 원태인이 선발 등판했다가 더위를 단단히 먹었다. 헛구역질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4이닝만 소화하고 내려왔다.

박진만 감독은 “진짜 처음 봤다. 마운드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다. 일부러 더 강하게 가는 선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표정이 나왔겠나. 이해가 되더라. 지금 시기면 투수와 포수가 정말 힘들다”며 안쓰러워했다.

원태인을 직접 만났다. “그날 정말 힘들었다. 속이 안 좋고, 힘이 빠지더라. 2시 경기 세 번 연속 나갔다. 야수들도 힘들지만, 투수는 정말 힘들다. 이제 와서라도 5시로 바꿔서 다행이기는 하다”고 했다.

이어 “왜 지금인가 싶은 아쉬움이 있다. 계속 이렇게 하다가 갑자기 바꾼 것 아닌가.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인제 와서 바꾸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불만을 표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