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조민국 감독 자진사퇴
안산 그리너스 감독직에서 물러난 조민국 감독.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프로축구 K리그 시도민구단의 ‘정치 외풍’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서 일주일 사이 단장과 감독이 연쇄 사퇴했다. 안산 구단은 지난 8일 ‘조민국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표면상으로는 자진 사퇴이나 축구계는 경질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산 구단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시장직에 도전장을 낸 이민근 후보가 당선된 뒤 윤화섭 전 시장 시절 부임했던 김진형 단장이 지난달 말 물러났다. 안산 구단 복수 관계자 및 안산시 인사에 따르면 조 감독도 이후 사퇴 압력을 받았다. 물론 안산이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긴 하다. 그러나 ‘K리그 최저예산 구단’인 안산에 호성적을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시 관계자는 드물다.

안산은 조 감독 체제에서 5월 외인 공격수가 부상에서 돌아온 뒤 3연승을 달리는 등 반전의 디딤돌을 놓았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다시 연패 늪에 빠졌다. 구단 관계자는 “조 감독께서는 단장도 사임했고, 주위에 사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 지휘봉을 일찍 놓으려고 했다. 그런데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서 7월 경기까지는 팀을 이끌려고 했는데 최근 직무정지를 당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결국 조 감독은 안산이 보도자료를 낸 당일 계약해지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감독 밑에서 함께 일한 코치진은 그대로 남았다. 안산은 시즌 잔여 경기를 임종헌 감독 대행 체제로 꾸린다고 발표했다.

시도민구단의 지방선거 후폭풍은 이제부터다. 안산 외에도 또다른 시민구단 A도 수장 교체가 유력하다. 이 구단 관계자는 “7월이 데드라인이다.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현재 체제) 유지에 명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B구단도 축구단 운영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시장이 들어서면서 대표이사가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시도민구단은 선거에서 구단주인 시장이나 도지사가 바뀌면 변화의 폭이 매우 크다. 일부 낙하산 인사로 자리 잡은 이들이 축구판을 누비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수장이 축구단 운영에 관심이 멀어지면 구단의 피해가 심각해 정치 외풍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국내 축구 팬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시도민구단이 정치색을 보이는 데만 국한할 게 아니라 지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려는 본연의 뜻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