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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만약 키움에 드류 루친스키가 합류한다면? 구창모가 LG 유니폼을 입는다면? 상위권 판도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 선두를 독주하는 SSG 또한 이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키움은 안우진, 요키시 원투펀치에 루친스키를 더해 초특급 상위 선발진을 가동한다. 최원태와 한현희까지 다른 선발투수의 기량을 고려하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리그 넘버원 선발진을 완성한다. LG는 약점인 토종 선발진 문제에 해답을 얻는다. 구창모가 있다면 케이시 켈리, 아담 플럿코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이는 MLB(메이저리그)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시카고 컵스는 작년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2016년 108년 저주를 깬 스타들을 나란히 트레이드했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하비에르 바에즈처럼 컵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선수들과 2012년부터 리빌딩 중심축이었던 앤서니 리조까지 셋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셋 다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있었고 현재 전력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하에 과감하게 리빌딩 스위치를 눌렀다. 브라이언트는 샌프란시스코, 바에즈는 뉴욕 메츠, 리조는 뉴욕 양키스로 떠났다. 컵스는 세 구단으로부터 유망주를 받았다.
워싱턴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우승을 이끈 주역 맥스 슈어저와 트레이 터너가 나란히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됐다. 다저스로부터 유망주 4명을 받았다. 그 중 한 명인 키버트 루이스는 올해 주전 포수를 맡고 있다. 워싱턴은 올해도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MLB 최고 타자 후안 소토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6개 구단이 워싱턴에 카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소토의 경우 FA까지 2년 반이 남았으나 연장계약이 불발되면서 바로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다.
KBO리그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언뜻 보면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NC는 지난해 7위, 올해는 9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외국인투수의 경우 FA와 흡사한 부분이 있다. 다년계약을 맺지 않는 이상 다음 시즌을 보장할 수 없다. 2019년부터 NC 에이스로 활약해온 루친스키는 올해 최대 2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듬해부터는 외국인 3명 계약 규모가 400만 달러로 제한된다. 루친스키가 다시 200만 달러 이상을 받으면, 나머지 2명 계약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MLB라면 NC가 루친스키를 놓고 키움, KT, KIA 등과 카드를 나눴을 것이다. 최상위 라운드 신인 지명권, 혹은 특급 유망주 패키지와 루친스키를 두고 협상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KBO리그는 MLB처럼 선수 수급이 활발하지 못하다. 루친스키와 이별하면 언제 루친스키급 선수를 얻을지 장담할 수 없다. 외국인투수 시장이 매년 고갈 양상인 것도 고려해야 한다. 샐러리캡 400만 달러는 묵직한 고민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특급 에이스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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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도 마찬가지다. LG로부터 모든 것을 뜯어낸다고 해도 구창모급 반대급부를 얻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LG 유망주 혹은 신인지명권이 패키지가 될 수 있겠지만 구창모 같은 토종 왼손 선발과 가치를 나란히 하기에는 힘들다. 만일 구창모가 트레이드 카드가 된다면 MLB 소토급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그런데 KBO리그는 MLB처럼 유망주 자원이 많지 않고 과감히 움직일 수도 없다. 트레이드 주체인 단장의 수명부터 MLB보다 짧다. KBO리그에서는 감독 만큼이나 쉽게 바뀌는 게 단장이다. “누구 좋으라고 리빌딩하나”는 얘기가 고스란히 성립된다.
NC는 양의지, 박민우 등 핵심선수들도 FA를 앞두고 있다. MLB 였다면 포수 혹은 2루수가 필요한 팀과 카드를 맞춰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KBO리그는 MLB가 아니다. 올시즌 고전하는 NC지만 지금 전력을 유지하면 이듬해를 기약할 수 있다. NC는 구창모 복귀전이었던 5월 28일부터 지난 24일까지 19승 17패 2무로 5할 승률 이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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