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 보수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 보수작업이 진행중이다. 테니스코리아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올림픽 개최 뒤 남겨진 경기장 및 시설, 즉 ‘올림픽 레거시’는 소중하게 관리되고 보존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34년 전 한국에서 열린 1988 서울올림픽 유산 가운데 일부가 관리소홀로 방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실상이 드러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장(하드코트 16개면)이다. 이 코트는 서울올림픽 당시 ‘테니스 여제’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여자단식 골든슬램(4대 그랜드슬램 석권+올림픽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곳으로, 서울올림픽 유산 가운데 손꼽힐 만하다.

그런데 이후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시설은 낙후됐고, 부분적인 개보수가 수차례 진행됐으나 일시적인 ‘땜방’에 그쳤다. 확인 결과, 단 한번도 전면 보수공사를 한 적이 없어 센터코트 외에 바깥쪽 코트(15개면) 곳곳 바닥에 균열이 생기고 바닥이 벗겨져 있는 상태다.

다음달 이곳에서 WTA 투어 코리아오픈과 ATP 투어 코리아오픈을 연이어 개최하는 관계자들은 이런 노후화된 시설로는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며 관리책임이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조현재) 측에 여러차례 개보수를 요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번에 8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해 대회 관계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급하게 코트 바닥을 보수하는데 2억여원이 드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대회 개최 측은 다른 데서 비용을 조달해 23일부터 긴급 보수공사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코로나 19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대회가 개최되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있어 코트 개보수를 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갑자기 (ATP) 대회를 유치해 치른다고 하니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공단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코트가 너무 노후화돼 공단에서도 이미 리모델링 사업을 준비해왔다. 내년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리모델링 타당성 조사를 할 예정이다. 전면적으로 리모델링을 하려 한다. 전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공원에 6개 경기장이 있는데, 단계적으로 보수중이다. 올림픽 센터코트는 지붕 개폐형 돔구장 형태로 만들어 공연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단이 이미 리모델링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하니 만시지탄이다. 그러나 코트가 심각하게 훼손됐는데도 그대로 방치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곳에서는 각종 국내 및 국제대회가 열리고 동호인들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코트에서는 26년 만에 다시 ATP 투어(250 시리즈)를 개최하게 돼, 2020 도쿄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2위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를 비롯해 7위 캐스퍼 루드(노르웨이) 등도 출전할 예정이어서 팬들의 관심이 높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서울올림픽 기념을 위해 올림픽이 끝난 뒤 잉여금 3521억원으로 설립됐다. 그리고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생활체육에 5조6653억원, 전문(엘리트)체육에 4조574억원, 국제체육 및 스포츠산업 육성에 4조4717억원, 장애인체육에 7398억원, 기타 청소년 육성·올림픽 기념 사업에 1045억 등 총 15조387억원을 지원해왔다.

그런데도 공단은 주요한 올림픽 유산 관리에는 소홀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테니스인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