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영화 ‘소방관’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주연 곽도원 분량을 거의 편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곽경택 감독은 2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소방관’ 언론시사회에서 “솔직히 말씀 드려서 곽도원 배우 분량을 빼려고 편집하지는 않았다. 영화가 오래있다 개봉하니까 트렌드에 비해서 속도감이 늦었다”며 “어떻게든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초반부에 스피드 올리는데 편집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갖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영화다.

영화 촬영장은 초긴장 상태였다. 실제 불을 다루기 때문에 배우나 스태프가 다치지 않는 게 중요했다. 곽 감독은 “첫 테스트 촬영을 하는데 섬뜩한 기억이 있었다. 가구를 갖다놓고 어떤 불이 나오는지 봤는데 큰 바람 한 번이 부니까 순식간에 컨테이너가 화염에 휩싸였다”며 “소화기와 물을 가지고 진압했는데 내가 이 영화를 찍다가 사고나면 내 잘못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화재신 찍을 때마다 초긴장 상태로 찍었다”고 회상했다.

‘소방관’은 신파나 최루성 연출을 지양했다. 최대한 담담하게 그려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과한 연출은 순직한 소방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곽 감독은 “다른 소방관 분들 장례식 장면을 많이 봤다. 저도 울기도 했다”면서도 “장례식장만큼은 주인공 철웅이가 대를 이어서 멋있는 소방관으로 탄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건조하게 마무리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곽 감독은 “어떤 감독이든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았던 새로운 화면을 이야기 해내는 게 임무다. 기존 소방관이 주인공인 외국영화를 포함해 전설적인 영화도 다 봤다”며 “제가 소방관 가장 무서운 점은 연기였지만, 연기가 꽉 차면 배우 얼굴이 보이지 않아 공포감은 전하되 배우 얼굴과 사물이 보일 수 있는 농도 연기를 매 커트마다 실제 조절해 내는 게 딜레마였다”고 전했다.

‘홍제동 화재사건’ 실제 주인공도 만났다. 구조대장이 된 소방관과 밥과 술을 수 차례 먹으면서 친해졌지만 트라우마인 당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혼자갔던 노래방이 그렇게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수소문해서 생존자였던 분을 만났을 때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트라우를 들춰낼 수 없었다”며 “노래방 신은 그 분의 이야기를 넣고 넣었다”고 밝혔다.

영화 ‘소방관’은 내달 4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