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06_이만수01_제인내 대표, 비 코치
라오스 제이브라더스 제인내 대표(왼쪽)와 비 코치.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헐크 파운데이션이 비 코치를 10월부터 라오스 야구팀 최초의 라오스인 코치로 임명했다. 현재 라오스 남·녀 야구팀의 전력이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내년에 있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나갈 예정이다.

현재 한국인 지도자들로는 많은 라오스 선수들을 이끌어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지금 라오스는 기존의 선수들이 150명 가량이 되고 거기다가 최근에 고등학교 4팀을 창단하는 바람에 지도자들이 많이 부족해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각 학교로 찾아가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인 지도자 2명이 남·녀 야구팀을 지도하고 있는데 다가오는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좀 더 세부적이고 효율적인 훈련이 필요해 비를 코치로 임명하게 됐다. 무엇보다 자국민인 비가 기존의 지도자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비가 맡아서 잘해 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라오스 선수 중에서도 잘 다듬으면 보석이 될 수 있는 원석같은 선수가 정말 많다. 비 코치가 자신의 경험을 라오스 선수들에게 잘 전수해 주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나는 비 코치를 오래 지켜봐 왔다.

비록 지도자 경험이 없는 선수이지만 라오스 선수들을 데리고 당차게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돼 이번에 임명하게 됐다. 비는 라오스 최초의 야구 코치로 기록될 것이다. 비 코치는 현재 라오제이브라더스 야구팀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이제부터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새출발 할 것에 대해 많은 기대가 된다. 그는 그동안 라오스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국제 경기 경험도 풍부하고 리더십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오스 제인내 대표는 “비는 한국인 지도자들이 할수 없는 소소한 일부터 코칭까지 잘 해주고 있습니다. 매일 트럭으로 학교에 가서 선수들을 데리고 훈련장까지 데려오고 훈련후 다시 학교까지 픽업을 해주고, 어떤 학교는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가서 훈련을 하고, 라오스 코치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고 했다.

비 코치는 지금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처음 경험해보는 지도자로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선수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많이 당황스럽고 미숙할지 모른다. 하지만 라오스 선수들과 지금까지 함께 해왔기 때문에 지도자로서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해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비가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의 열정을 라오스 선수들에게 전수하게 된다면 멀지 않아 놀라운 기량들을 선보일 것이라 기대해 본다. 나도 처음 지도자로 시작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고 모든 것들이 막막했을 때 내가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이 ‘선수들에게 지도자로서 무언가를 보여주고 하려고 하지 않고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을 도와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런 마음과 자세로 첫 지도자의 길을 걸어간다면 비는 라오스 야구를 이끌어갈 훌륭한 야구 지도자가 될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첫 발을 내디딜 때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설 수 있다. 걱정과 두려움을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헤쳐나간다면 처음에 느꼈던 걱정과 두려움은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비의 지도자 출발은 라오스 야구의 역사로 후세에 길이 남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벅차 오른다.

“If you can dream it, you can do it. (꿈꿀 수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도 있다)”

2014년 11월12일 라오스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벌써 9년이 다 됐다. 이들과 같이 야구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라오스 야구선수들이 성장해서 라오스 야구를 이끌어 갈 우수한 코치를 발굴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미래에 라오스 야구가 자립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들과 함께 하면서 9년 만에 라오스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라오스 자국민에서 유급 코치가 탄생하게 되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하는 라오스에서는 도저히 야구할 수 없고 또 좋은 지도자가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껏 꿈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라오스에서 최초로 자국민으로서 비 코치가 탄생하게 되었다. 지난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꿈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도 나는 동남아시아 야구를 위해 달려간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