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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미국 프로 스포츠는 팀이 많아서인지 감독 영입을 보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경향이 짙다.
미식축구(NFL)는 최근 30대 젊은 감독들이 전진배치되고 있다. NFL은 정규시즌이 17경기에 불과하지만 시즌 때 고강도의 작업이다. 1주일에 훈련없는 월요일을 제외하면 구단에 마련돼 있는 숙소에서 비디오 반복을 통한 경기 전후에 대비한다. 경험보다는 두뇌회전이 빠른 영파워가 대세다.
최근 NBA는 지도자 경력이 없는 슈퍼스타 출신이 감독으로 곧바로 직행하기도 한다. 현 댈러스 매버릭스 제이슨 키드, 브루클린 네츠 스티브 내쉬 등은 코치 경력없이 감독으로 곧바로 영입된 케이스다. 현역 시절 민완 포인트가드였다. 화려한 경력으로 농구 명예의 전당 출신이다.
메이저리그도 최근 10년 사이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감독을 발탁하는 게 일종의 트렌드였다. 마이너리그는 고사하고 심지어 메이저리그 코치 경력없이 프런트 업무를 보다가 감독으로 승격했다. 코치 경험이 전무한 현 시카고 컵스 데이비드 로스, 뉴욕 양키스 애런 분은 ESPN 해설자로 활동하다가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밀워키 브루어스 크리에그 카운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AJ 힌치, 전 캔자스시티 로열스 마이크 매터니 등은 프런트 수업을 쌓은 뒤 감독으로 영전했다. 전 미네소타 트윈스 폴 몰리터(2015~2018년)는 명예의 전당 출신 이름값으로 코치 경력없이 감독으로 직행했다.
또 하나의 추세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거나 짧은 선수 출신들이다. 그러나 지난 오프시즌 뉴욕 메츠 벅 쇼월터 감독(66).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봅 멜빈 감독(60)의 영입과 동시에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급기야 텍사스 레인저스는 월드시리즈 챔피언 감독 브루스 보치(67)를 부르게 됐다. SF 자이언츠를 3차례 정상에 올려놓은 보치는 2019년 후 현역에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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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 감독을 호출한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텍사스 레인저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명문 대학을 나온 제네럴매니저 출신들이 야구단을 주물럭거렸고, 성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고육지책으로 경험 풍부한 감독들을 사령탑에 앉혔다는 점이다. 텍사스는 지난 오프시즌 유격수 코리 시거, 2루수 마커스 시미엔, 투수 존 그레이 등 7명과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퍼부은 돈인 5억8070만 달러)8350억 원)다. 결과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68승94패)다.
전임 감독들 대부분은 야구팬들이 잘 모르는 인물들이었다. 샌디에고 앤디 그린(현 시카고 컵스 벤치코치), 제이시 팅글러(미네소타 트윈스 벤치코치), 메츠 미키 캘러웨이, 루이스 로하스, 레인저스 제프 배니스터(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벤치코치), 크리스 우드워드 등이 감독을 거쳤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야구인의 감독 발탁은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단 저연봉이다. 100만 달러 이하다. 단장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기록중심 야구다. 감독은 단장의 꼭두각시로 전락한다.
MLB 최고 승률(11승41패)을 거둔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샌디에이고에 1승3패로 디비전시리즈에서 충격의 패를 당한 뒤 LA 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선발 좌완 타일런 앤더슨이 무실점 호투에도 5이닝 투구로 마친 것은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단 사장의 지시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주 시즌 총평 기자회견장에서 프리드먼은 필드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적으로 로버츠 감독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개입설을 부인했다. 의심받는 자체가 프리드먼의 권한이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로버츠가 프리드먼에 의해서 감독으로 발탁될 때부터 지적된 얘기다.
쇼월터, 멜빈, 보치 감독 등은 3000경기에 가까운 게임을 치렀다. 단장이 마음대로 주물럭 거릴대상이 아니다. GM의 입김은 종전보다 줄어든다. 연봉도 3배 이상 지불해야 된다. 텍사스는 보치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 텍사스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이 2016년이다. 위기의 텍사스 호를 베테랑 보치 감독이 구할 수 있을지 흥미롭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