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한유섬과 함께 울음 터진 정용진 구단주
SSG 한유섬(왼쪽)이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부상을 당한 뒤 목발을 짚고 우승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눈물을 흘리자 정용진 구단주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캡틴은 아무것도 못했어요.”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KS) 우승을 통합우승으로 장식한 한유섬(33·SSG)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지난해 KT 박경수처럼 목발 세리머니로 감동을 안긴 한유섬은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를 반복했다.

공수에서 어떻게든 힘을 보태려다 부상했다. 허벅지 뒷근육이 7㎝나 찢어진 중상. 최소 6주간 휴식을 취해야 하고, 이후 3~4주가량 재활훈련을 해야한다. 사실상 비활동기간 반납이다. 무릎을 한번 크게 다친 이력이 있는 한유섬은 하체 근력 유지에 신경써야 하는 상태다. 사력을 다한 주루플레이 도중 근육이 파열돼 절룩이면서도 끝까지 3루로 달려 슬라이딩한 한유섬의 투혼은 ‘우승팀 캡틴의 품격’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포토]부상에 고통스러워하는 SSG 한유섬
SSG 한유섬(아래)이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 3회말 2사 1루 라가레스의 땅볼 때 1루에서 3루까지 뛰는 과정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에이스 김광현은 눈물을 펑펑 쏟는 한유섬을 향해 “우승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플래시 세례도 엄청나고, 중계카메라를 포함한 모든 영상매체가 선수들 표정 하나하나를 포착한다. 그래서 나는 면도도 깔끔하게 하고, 최대한 단정하고 멋진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선다”고 너스레를 떨며 “우승 기쁨에 펑펑 울면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 (한)유섬이를 보라”며 껄껄 웃었다.

한유섬뿐만 아니라 추신수 김강민(이상 40) 등 베테랑들은 오열에 가깝게 울었다. 우승 세리머니와 약식 샴페인 샤워까지 모두 참석한 한유섬은 “정말 바보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3회초 1사 후 이정후의 파울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냈고, 이어진 공격에서 빗맞은 1루 땅볼 때 사력을 다해 전력질주한 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감행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아 하체에 무리가 갔다. 주루 도중 부상한 건 한유섬이 받은 스트레스의 무게가 얼마나 컸는지를 입증한다.

[포토]목발 짚고 팬들에게 인사하는 SSG 한유섬
SSG 한유섬이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목발을 짚고 시상식에 참석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S MVP 김강민도 “(한)유섬이가 정말 고생 많았다. 내가 허벅지 이슈가 있어 번갈아가며 뛰지 못해 다친 것”이라고 미안함을 표했고, SSG 김원형 감독도 “(한)유섬이가 정말 고생 많이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단을 하나로 묶고, 코치진과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가교 구실을 하면서도 통합우승을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무겁다.

그런데도 한유섬은 “동료들이 일군 우승이다. 나는 완벽히 묻어갔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선후배들이 알아서 제 몫을 한 덕분에 나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재활 잘해서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 2연패할 때는 올해보다는 조금 더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팀 주장’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다. ‘존경받는 주장’또한 성적만으로 될 수 있는 영예가 아니다. 한유섬의 가치가 높은 것은 이 두가지를 모두 차지해서다. 그의 눈물이 뜨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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