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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플랜B 없다더니….’
스리백, 더블볼란치, 이강인(마요르카) 활용 등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플랜B를 다급하게 구상하는 느낌이 적지 않다. 그러나 더는 실전 기회가 없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코앞에 둔 축구국가대표 ‘벤투호’ 상황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오전 ‘결전지’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이제 누적된 여러 우려를 말끔하게 벗어던지고 오는 24일 우루과이와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첫판에만 집중할 때다.
‘긍정의 힘’으로 우리만의 길을 걸어가는 게 관건이다. 상대를 극복하기 전에 우리자신의 걱정부터 이겨내야 한다. 카타르 땅을 밟은 벤투 감독은 어느 때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우루과이를 분석하는 데만 신경을 써도 모자랄 판에 대표팀 내 최상의 스쿼드와 전술을 짜는 구상이 끝나지 않아 보여서다.
그러나 아직 열흘간의 시간이 있다. 이 기간동안 벤투 감독은 플랜A와 더불어 변수에 대비한 플랜B 밑그림까지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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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A는 공격진이 정상 궤도에서 이탈하면서 급작스럽게 흔들렸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안와골절 수술, 황의조(올림피아코스)의 장기 침체 여파가 크다. 그나마 공격진은 황희찬(울버햄턴),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다른 유럽파 공격수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그림을 그려볼만 하다.
문제는 2선과 수비진이다. 월드컵 최종 예선까지 승승장구한 벤투호는 지난 6월 정예 멤버가 모인 ‘삼바군단’ 브라질과 안방 평가전에서 1-5로 대패했다. ‘월드컵 수준의 팀’과의 경기에서 한국의 방패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여실히 드러난 지점이다.
브라질전 이후 벤투호를 향해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플랜B 수비 전술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정우영(알 사드)의 원볼란치가 아닌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 더 배치하는 ‘더블 볼란치’나 수세 시 파이브백으로 전환할 ‘스리백 전술’ 가동 등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플레이한다”며 유럽파를 포함해 완전체로 치른 마지막 ‘월드컵 모의고사’이던 지난 9월 A매치 2연전(코스타리카·카메룬전)에서도 ‘포백과 원볼란치’를 기본으로 한 후방 빌드업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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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 하루를 남겨두고 변화가 생겼다. 지난 11일 아이슬란드전에서 벤투 감독은 스리백 뿐 아니라 정우영과 손준호(산둥)를 붙이는 더블볼란치까지 실험했다. 한국과 아이슬란드 모두 주축 선수가 빠진 상태여서 실험의 의미는 적었다. 현실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얘기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또한 벤투 감독은 지난해 3월 일본과 평가전 이후 한 번도 실전에 활용하지 않은 이강인을 최종 명단에 포함했다. 스페인 라 리가에서 정상급 미드필더로 거듭난 그는 이전부터 벤투호에 색다른 무기가 되리라는 견해가 많았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외면해왔다. 과연 본선에서는 얼마나 이강인 활용을 극대화할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한국은 우루과이전까지 열흘 동안 공식 평가전이 없다. 훈련만 하다가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플랜B를 고심하는 느낌이 짙은 벤투 감독을 보고 고개가 갸웃거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태극전사들의 무운을 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