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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일단 동료들은 이강인(마요르카)을 인정한다. 남은 것은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택이다.
축구대표팀 막내 이강인은 흔히 말하는 ‘천재형’ 선수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성, 정확하면서도 절묘한 킥, 여기에 대표팀에선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는 기술까지 겸비하고 있다. 3년 전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이강인은 두 살 많은 형들을 이끌며 준우승 신화를 달성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여 있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인정받는 테크니션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대표 선수들도 이강인의 능력을 충분히 알고 인정한다. 무엇보다 이강인으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격수들이 진가를 잘 안다. 침투 플레이에 능숙한 윙포워드 황희찬은 17일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강인이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좋은 기술을 갖춘 좋은 선수”라며 “훈련장에서도 여러 팀으로 섞어가면서 여러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맞춰보면 강인이는 저랑 잘 맞는다. 공격수들에게 좋은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선수”라며 이강인이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유형의 선수라고 칭찬했다.
황희찬의 말대로 이강인은 황희찬이나 손흥민, 황의조, 혹은 조규성처럼 수비 뒷공간으로 움직이는 공격수들과 궁합이 잘 맞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호흡을 맞출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3월 한일전 이후로 A매치를 단 한 번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6명 중 유일하게 18개월 내로 A매치 실적이 없는 선수가 바로 이강인이다. 지난 9월에도 벤투 감독은 이강인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주전급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벤투 감독은 보수적인 스타일이고 자신이 추구해온 축구에 변화를 줄 사람은 아니다. 첫 경기가 열리는 24일까지는 겨우 6일이 남아 있다. 갑작스러운 전술 변화는 예상하기 어렵다. 이강인이 베스트11에 들어갈 확률은 낮은 편이다.
대신 ‘조커’로는 이강인이 충분히 좋은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만큼 남은 6일간 이강인은 벤투 감독의 마음을 움직일 필요가 있다. 벤투 감독도 고정관념을 버리고 이번시즌 눈에 띄게 성장한 이강인의 활용법을 고민해야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지금은 다른 게 아니라 대표팀의 전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강인을 배제하지 않고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도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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