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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그 천재성을 아낄 이유가 없다.
축구대표팀 막내 이강인(마요르카)은 28일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후반 12분 교체로 들어가 추가시간까지 43분여를 뛰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강인은 투입된지 1분 만에 조규성의 헤더골을 돕는 절묘한 왼발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적극적인 수비로 공을 빼앗은 후 상대 수비수가 자리 잡기 전 빠른 타이밍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공은 정확히 페널티박스 안으로 달려드는 조규성에게 연결됐다.
이후에도 이강인은 창조적인 패스와 정확한 킥으로 한국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3선과 2선으로 내려와 공을 가장 많이 만지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이강인은 96%의 높은 패스성공률을 기록했고, 어시스트 1회, 키패스 2회, 완벽한 크로스 2회, 롱패스 4회 성공 등의 기록을 남겼다. 표현 그대로 ‘패스 마스터’에 가까운 활약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 1년8개월간 이강인을 외면했다. 그러다 최종엔트리에 포함시켰고, 지난 우루과이전에 이어 이번에도 교체 카드로 선택했다. 그만큼 이강인의 장점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스피드나 수비, 기동력 등에서 약점을 노출한다 해도 이강인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바로 팀 내에서 가장 번뜩이는 패스, 기술, 그리고 정확한 킥이다.
수비 부담으로 인해 이강인을 쓰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대표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활용하지 않는 것도 손해다. 벤투 감독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두 경기 연속 이강인을 투입한 결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강인은 팀 전술로는 해내지 못하는 패스와 킥을 구사한다. 적어도 한국 대표팀 내에서는 전술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유형이다. 실제로 3년 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정정용 감독은 이강인을 중심으로 전술을 구축해 준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이강인은 두 살 많은 형들 사이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며 대회 MVP를 수상했다. 유소년 대회라고 평가 절하할 이유는 없다. 이강인의 능력은 스페인 라리가라는 대형 무대에서도 통하고 있다.
우리는 스페인도, 포르투갈도 아니다. 저 정도의 재능을 밸런스나 수비 조직 등이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것은 사치다. 당장 지난 두 경기만 봐도 그렇다. 이강인은 형들이 하지 못하는 플레이로 활기를 불어 넣었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전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골, 그리고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경기에서 이강인은 팀에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다시 벤치에 앉고 교체로 들어간다 하더라고 이강인은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제 몫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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