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환호하는 이강인
이강인(가운데)이 2일(한국시간 3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2022. 12. 2.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골든보이’ 이강인(마요르카)은 또 한 번 진화했다.

이강인은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 전후로 대표팀 내에서의 입지가 크게 달라졌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최종엔트리 진입조차 쉽지 않아 보일 정도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무려 1년8개월간 이강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A매치를 앞두고도 대표팀에 호출했지만 단 1분도 허락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 구상엔 이강인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막상 대회가 시작하자 이강인은 벤투호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도약했다. 1차전 우루과이전에서 교체로 들어가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고, 2차전 가나전에서도 조커로 들어가 투입 1분 만에 천재성이 돋보이는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차전에서는 선발로 출전해 날카로운 킥으로 동점골의 발판을 마련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의 천재적인 면모를 외면하지 못했다.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과 킥, 그리고 창조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이강인의 장점을 선택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이강인의 진화가 있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쓰지 못한 이유는 ‘밸런스’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공격만큼이나 수비 체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다.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함께 수비하는 조직적인 방어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다소 느리고 수비를 노련하게 하지 못하는 이강인을 차마 쓰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이강인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이 들어가도 팀의 밸런스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포르투갈전만 봐도 이강인이 선발로 뛰었는데 수비 균형이 크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가나전에서는 자신이 직접 전방 압박을 해 공을 빼앗은 후 크로스를 올려 조규성의 골을 도왔다. 이강인이 수비에 약점이 있다는 지적은 이제 편견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강인은 이번시즌 스페인 라리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데 수비를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자신의 천재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수비 가담과 위치 선정으로 좌우, 2선 중앙 등에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강인은 2001년생이다. 만으로 21세에 불과하다. 전성기가 오려면 한참 남았다. 게다가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단점은 만회하고 장점을 극대화 하고 있다.

3년 전인 2019년. 이강인은 1999년생이 출전하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최고의 선수에 등극했다. 당시에도 그를 의심하는 시선은 존재했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스피드를 약점으로 지적하며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 의견은 틀렸다. 이강인은 부침도 있었지만 라리가에서 통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정착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확실한 경쟁력을 선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화하는 선수가 바로 이강인이다. 곧 이강인의 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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