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키움 이정후.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22시즌 KBO리그 MVP 이정후(24)는 콘택트 히터다. 홈런 23개에 장타율이 무려 0.575로 높지만 파워히터로 볼 순 없다.

지난해 142경기에 출장, 타율은 0.349를 기록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553타수에 삼진은 고작 32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7.2타수에 삼진 1개를 당한 꼴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기록이다. 게다가 홈런을 23개를 쳤다. KBO리그 투수의 볼은 모두 콘택트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콘택트 히터는 말그대로 콘택트에 능하기 때문에 삼진이 적다. 2022년 MLB 타격 1위(0.326) 뉴욕 메츠 제프 맥닐은 삼진 61개로 콘택트의 진수를 보여줬다.

역대 MLB에서 삼진이 가장 적었던 타자는 ‘히팅머신’으로 통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니 그윈(작고)이 꼽힌다. 그윈은 MLB 20년(1982~2001년) 동한 활동하면서 2440경기에 출장했다. 한 경기 삼진 2개가 34경기다. 한 경기 3삼진은 딱 1경기다. 1986년 4월14일 LA 다저스 강속구 투수 봅 웰치에게 3삼진을 당한 게 유일하다.

8차례 타격왕을 차지한 그윈은 통산 434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21.4 타수에 1개의 삼진이다. 콘택트 능력에 관한 한 MLB의 공인 타자였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MLB로 건너간 이치로 스즈키도 대표적인 콘택트 히터다. 데뷔 후 10년 연속 200안타라는 MLB 대기록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치로는 삼진이 그윈보다 훨씬 많다. 통산 9934타수에 삼진 1080개를 당했다. 9.2타수에 삼진 1개다.

이정후는 다음 주 아버지 이종범 코치와 함께 LA로 향한다. 2023시즌에 대비한 훈련을 일찍 미국에서 시작한다. 2023시즌 후 포스팅으로 MLB에 진출하는 포석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키움이 2월에 애리조나 스콧츠데일에서 스프링트레이닝을 시작하는 터라 이동 편의도 있다.

이정후가 KBO리그 투수들에게 삼진을 당하면 뉴스가 되지만 MLB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선배 추신수, 최지만, 김하성의 경우에서도 드러났듯이 한 경기 3삼진도 기본에 속한다. 155㎞ 이상의 빠른 볼에 낙차 큰 변화구를 콘택트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가끔 MLB 타자들이 어처구니없는 원바운드 볼에 헛스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빠른 볼을 예상하다가 변화구에 배트가 나가기 때문이다. ‘게스히팅’을 하지 않으면 160km의 강속구를 때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중타이밍으로 타격한다”는 말을 자주한다. 중타이밍으로 강속구와 변화구를 대비한다는 뜻. MLB 타자들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MLB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KBO리그 투수들의 구속은 이런 대비가 가능하다.

포스팅으로 MLB 에 진출한 강정호, 김하성도 국내에서는 높은 타율에 파워도 갖고 있었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나 삼진도 적었다. 하지만 MLB에서는 삼진 횟수가 자연히 증가됐다.

김하성
김하성.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김하성의 경우 키움에서 2014년에 데뷔해 7년 동안 딱 한 차례 시즌 세자릿수 삼진을 기록한 적이 있다. 2015년 데뷔 첫 두자릿수 19개의 홈런을 치면서 삼진 115개를 기록했다. 이 해 타수당 삼진 4.4개였다. 이후 세자릿수 삼진은 없었다. MLB로 진출하기 직전인 2020년 30홈런에 단 68개의 삼진이었다.

MLB에 진출해 타격이 회복된 2022년 517타수에 삼진 100개다. 한 경기 3삼진도 두 차례나 경험했다. 2021시즌에는 경기 출장이 적었고 267타수에 삼진은 71개였다.

MLB 타자들은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투수들의 볼이 워낙 좋아 삼진은 당연하게 받아 들인다. 중요한 포인트는 클러치 상황에서의 타격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