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
KIA 이의리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이)정후 형이랑 몸 잘 만들고 올게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의리(21·KIA)가 빠르게 몸을 만들기 위해 조기 출국했다. 소속팀 스프링캠프는 내달 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시작하지만, 이의리는 20일가량 먼저 LA로 떠나 몸 만들기에 돌입한다. 함께 대표팀에 발탁된 키움 외야수 이정후가 개인 훈련을 위해 떠나면서 이의리를 훈련 파트너로 낙점했다.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여서 친분이 두꺼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후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WBC 때문에 3월부터 경기를 해야한다. 3월부터 실전을 치르는 것은 처음이라 (준비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리려고 미국에 간다”고 밝혔다. 출국 직전 연락이 닿은 이의리는 “(이)정후 형과 친분이 깊어 많은 것을 물어본다”며 “포지션은 다르지만, 경기 때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종종 (이)정후 형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 예를 들어 내 공이 타자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안타를 치게 되는지 등을 묻는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타자에게 스스럼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의리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생애 첫 10승을 따내며 데뷔 2년 차에 두 자리수 승수를 달성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스프링캠프 시작 전에) 기술훈련을 많이 하려고 한다. 아직은 모든 게 부족하다. 주무기인 속구는 감을 잃지 않는 것에 비중을 두고, 다른 구종들도 연습하고 있다. 변화구 세 구종 다 고루 가다듬고 있다”고 했다.

이의리는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던진다. 지난해 속구 비율이 63.5%로 높았다. 특히 볼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면 속구를 던지는 비율이 83.7%로 상승했다. 타자로서는 이의리와 상대할 때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이의리가 변화구 완성도를 높이려는 이유로 보인다.

이의리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이의리.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변화구 완성도 향상으로 지난시즌 아쉬움으로 지목된 제구 난조도 잡고자 한다. WBC 같은 큰 무대에서는 제구 난조가 용납되지 않는다. 제한 투구 수도 있는 대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WBC 공인구도 공수받아 개인훈련 때 던질 예정이다. 특히 영점 조절에 초점을 맞춰 훈련한다.

대표팀에 선발돼 역대급 긴 시즌을 예고했다. 이의리는 “예전부터 투구훈련을 일찍 시작하는 편이라 대회가 3월인 것은 괜찮다. 그러나 아무래도 (일찍 실전에 돌입하는 만큼) 후반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다. 시즌을 길게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만 20세에 불과한 이의리가 출전할 수 있는 국제대회는 올해만 WBC, 항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으로 3개다. 이의리는 “체력부담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 뿐이다. WBC에서 잘해야 다시 대표팀에 갈 수 있는 거고, 또 시즌을 잘 치러야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두 마리 토끼 다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이번 여정은 이의리의 생애 첫 해외 훈련이다. 2021년 입단한 그는 그간 코로나19 펜데믹(전 세계 대유행)으로 국내에서만 훈련했다. 10승을 올린 지난해에도 처음으로 관중 앞에서 경기를 했다. 곧 열릴 WBC도 생애 첫 출전이다. 도쿄 올림픽보다 큰 무대인 WBC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할 예정이다. 국대 왼손 에이스 계보를 이을 KIA 영건이 경험이라는 열매를 먹고 쑥쑥 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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