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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가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워밍업을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기자] “인터뷰하기 전에도 생각했는데…유강남 얘기를 하려니 눈물이 날 것 같다.”

4년 동안 더할나위없이 가까웠던 동료와 헤어진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좋은 대우를 받고 떠난 만큼 축하하는 마음을 강조하면서도 앞으로 상대팀 타자로 붙어야 한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LG 역대 최고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33)가 이별과 만남, 그리고 5번째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켈리는 2일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스프링캠프 2일차 일정을 소화했다. 이례적으로 자택이 있는 스코츠데일에 동료들이 와서 캠프를 치르는 것에 대해 “그만큼 컨디션이 좋다. 한국에 가면 시차도 있고 작년까지는 격리도 했다. 이렇게 좋은 컨디션에서 동료들이 와서 더 기분이 좋다. LG에서 5번째 시즌을 잘 치르고 꼭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시즌을 어떻게 보냈나?’는 질문에 “지난 2년과 달리 비시즌이 길었다. 그만큼 휴식도 충분히 취하고 훈련도 많이 했다. 마운드에서 공도 던졌는데 이미 무거운 공까지 던진 상태”라며 컨디션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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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가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워밍업을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꾸준함의 상징이다. 2019년 처음 한국땅을 밟은 켈리는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 16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더불어 점점 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다승왕(16승)을 차지했고 개인통산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54)도 기록했다. 켈리는 “늘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훌륭한 야구 선수들의 공통점은 꾸준함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꾸준히 잘하고 싶고 그래서 늘 루틴을 지키려고 한다. 올해 목표 또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꾸준히 잘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틴을 강조한 켈리지만 팀을 생각해 루틴을 완전히 깨뜨린 적도 있다. 켈리는 작년 10월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3일 휴식 후 마운드에 섰다. PO 1차전 호투 후 선발투수가 부족한 팀 상황을 이해해 PO 4차전 선발 등판을 강행했다. 켈리는 “야구하면서 처음으로 3일만 쉬고 선발 등판했다. 자신이 있었다. 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며 “실제도 던졌을 때 몸상태도 괜찮았다. 생각보다 빨리 피로함을 느끼기는 했는데 당시 등판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고 돌아봤다.

당시 PO 4차전은 4년 동안 가장 가까운 동료였던 유강남과 마지막으로 배터리를 이룬 경기가 됐다. 유강남은 지난해 11월 롯데와 4년 80억원 FA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켈리는 유강남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숙이며 “인터뷰하기 전에도 강남이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유강남 얘기를 하려고 하니 눈물이 날 것 같다”면서 “물론 축하할 일이다. 정말 친하고 좋은 동료가 좋은 대우를 받았다. 축하할 일이지만 슬픈 것도 사실이다. 늘 함께 했는데 이제 다른 팀인 롯데에서 유강남을 상대해야 한다. 아직도 이 사실이 와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작년 시즌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기 전날 강남이와 점심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FA에 대한 얘기도 좀 나눴다”며 “이제 다른 팀이 됐지만 강남이와의 우정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연락할 것이다. 강남이가 좋은 대우를 받은 만큼 다음에 만나서 밥이라도 사달라고 하겠다”고 미소지었다.

이별은 유강남 뿐이 아니었다. 채은성, 이형종 등 유독 친했던 동료들이 현재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다. 켈리는 “셋과 특히 친했다. 친한 동료들이 떠나서 아쉽다”면서 “전 동료와 상대하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야구장에서는 과거는 다 잊고 싸워야 한다. 셋 모두에게 나한테 안타 좀 치지 말라고 할 것이다. 나도 당연히 맞을 생각이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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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가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장소를 이동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새 역사를 앞두고 있다. 켈리는 이미 역대 LG 외국인투수 최다승(58승)과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89)을 기록했다. 이닝(697.0)과 탈삼진(555개) 기록 경신도 다가온다. 다가오는 시즌 헨리 소사가 기록한 760이닝 618탈삼진을 넘어 LG 역사상 가장 꾸준했던 외국인투수가 될 전망이다.

켈리는 “LG에서 5년을 뛰는 것, 그리고 이렇게 좋은 기록을 세운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하지만 나는 기록만 생각하면서 던지지는 않는다”며 “작년 PO 4차전 등판으로 포스트시즌 연승이 끝났지만 그 또한 중요한 게 아니다. 매일 야구장에서 내가 할 일을 하고 건강함을 유지하며 팀이 승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우승을 하는 게 중요하다. 우승을 위해 새 시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라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