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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가고시마=김용일기자] “고광민이 많이 울더라고요.”

FC서울 관계자는 15일 2차 동계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에 있는 고쿠부 운동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말레이시아 리그 진출로 전날 짐을 싼 ‘원클럽맨 수비수’ 고광민(35) 얘기를 꺼냈다.

지난 6일 가고시마에 입성해 구슬땀을 흘린 서울 선수단은 전날 처음으로 휴식일을 보냈다. 저녁엔 장어 회식을 했는데 뜻밖에 고광민이 이별 인사를 했다.

그는 지난달 1차 전지훈련지이던 태국에서 평가전 상대로 만난 말레이시아 코나키나발루 연고지 클럽 사바FA와 경기에 출전해 맹활약했다. 사바엔 K리그 출신 수비수 박태수가 뛰고 있다. 고광민은 당시 사바 코치진의 눈도장을 받았고 박태수가 그의 연락처를 얻는 등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실제 이달 초 사바 구단이 고광민에게 2년짜리 계약을 제안했다.

고광민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선수 황혼기에 해외 무대에서 경험을 선택했다. 애초 안 감독은 동계전훈 내내 풀백 요원 중 컨디션이 가장 좋았던 고광민의 이적을 반대했으나 현역 시절 경험을 돌아본 끝에 꿈을 지지하기로 했다. 안 감독은 “1997년 포항에서 뛸 때가 생각났다. (전훈 기간)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와 평가전을 했는데, 당시 그쪽에서 나를 좋게 봐서 영입 제안을 했다. 그런데 구단 윗선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며 “광민이는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서울에서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그림이나 가족과 해외에 나가서 선수 생활을 해보고 영어도 익히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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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마르.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안 감독은 “광민이가 내일 떠난다”고 이별을 알렸다. 내심 서울에서 ‘찐 원클럽맨’으로 은퇴하고 싶었던 고광민은 그간 마음고생이 컸는지 동료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앞두고 눈물을 쏟았다. 서울 관계자는 “제대로 말하기 어려워할 정도로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간 서울에서 동고동락한 여러 선수도 눈시울을 붉혔는데, 고광민과 동갑내기인 외인 수비수 오스마르(스페인)도 울었다고 한다. 그는 서울에서 가장 오랜 기간 뛴 외국인 선수다. 2014년 입단해 2018년 세레소 오사카(일본) 임대 생활을 제외하곤 줄곧 서울맨으로 활약했다. 2016년엔 구단 역사상 첫 외인 주장으로 거듭나며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 역시 장기간 한솥밥을 먹은 고광민이 눈물의 이별사를 남기자 울컥해했다.

고광민은 회식 직후 짐을 싸 후쿠오카로 이동해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15일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서울에서 K리그 통산 188경기 5골13도움을 기록했다.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말레이시아 슈퍼리그는 K리그1처럼 오는 25일 개막한다. 사바는 PDRM과 홈경기를 치르는 데, 고광민이 서울에서 착실히 몸을 만든 만큼 데뷔전을 치를 수도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