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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박종현(왼쪽)과 박재용이 남해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해 | 박준범기자

[스포츠서울 | 남해=박준범기자] “아시안게임 출전하고 우승·승격도 함께!”

FC안양 박종현과 박재용(이하 23)은 늘 함께다. 둘은 안양 유스 출신으로 볼 보이를 하며 안양 입단을 꿈꿨다. 그리고 지난시즌 함께 프로 무대를 밟았다. 2000년생인 둘은 지난시즌 22세 이하(U-22) 자원에 포함됐다. 수비수인 박종현은 리그 36경기를 뛰었다. 공격수인 박재용은 조나탄의 백업 구실을 하며 19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개인으로는 만족스러울 수 있으나 안양이 승격 문턱에서 좌절한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해에서 만난 박종현은 “처음엔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했는데 많은 경기를 뛰게 됐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매우 허무했고 아쉬움도 컸다.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을 최대한 멀리했다. 축구 이야기도 될 수 있으면 하지 않으려 했다”고 돌아봤다. 박재용 역시 “데뷔도 하고 2골을 넣었지만 마지막이 좋지 않았다”라며 “경기 영상은 돌려보지도 않았다. 1주일 정도 친구들도 안 만났다. 시간 지나면서 점차 잊혀졌다. 지금도 지난해 10월29일(승강 PO 2차전)은 생각하기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첫 시즌에 경험한 아픈 경험은 교훈으로 또 ‘쓴 약’이 됐다. 올시즌에는 U-22 자원이 아니다. 진짜 주전 경쟁에 뛰어든다. “나는 올해 경기를 뛰지 못할 수도 있다”고 호탕하게 웃은 박재용은 “조나탄과 경쟁해야 하는데 나를 제대로 증명해내야 하는 한 해라고 생각한다. 더 단단히 준비하고 있고 나만의 강점을 찾으려 한다”고 눈을 반짝였다. 박종현도 마찬가지다. 그는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줬다. 밖에서 보면 U-22로 인해 경기를 많이 뛰었다고 평가할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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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머니 함께하는 박종현(왼쪽)과 박재용.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유스 시절부터 함께해 둘은 더욱 각별하다. 경기, 훈련이 없는 날에도 만난다. “내 주변에 축구하는 친구가 없다”고 입을 연 박재용은 “사실 조금 지겹긴 하다”고 농담한 뒤 “지난시즌에 나는 종현이만큼 경기를 뛰지 못했는데 동기부여도 됐다. 또 종현이가 옆에 있어서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박종현은 “사실 서로 의지하는 부분이 많다. 같이 경기에 뛰면서 감회도 새로웠다. 서로 피드백도 많이 해준다. 서로를 향한 디스는 잘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둘은 세리머니도 함께 했다. 다만 이 세리머니는 당초 둘을 포함해 박성수 그리고 지금은 팀을 떠난 정민기(전북 현대)와 함께하는 것이었다. 정민기는 골키퍼 포지션상 끝까지 뛰어올 수 없어 둘이서 세리머니를 했다. 박종현은 “손가락으로 ‘기억’을 표현한 것이다. 승격을 향해 ‘고고’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세리머니를 펼치다 둘은 혀를 내밀었는데, 박재용은 이 지점에서 적극 해명했다. 그는 “골 넣은 뒤 너무 좋아서 혀를 내밀었다. 주변에서 다들 ‘왜 혀를 내미느냐’고 하더라. 자꾸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세리머니를 계속 밀어붙여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내가 경기를 안 뛸 수도 있다. 일단 내 앞가림이 먼저인 것 같다”고 박장대소했다.

안양 구단에 대한 애정도 크다. 둘은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 안양에 갈 수 있을까’라는 말을 해왔다고 한다. 박종현은 “볼보이 할 때부터 꿈꿨다. 안양은 내가 첫 번째로 가야하는 팀이었다. 우선지명 마지막 해에 우리를 불러줬다. 이렇게 안양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구단”이라고 말했고, 박재용은 “고등학교 졸업한 뒤 프로에 오지 못해 대학을 진학했다. 불안하기도 했고 동기부여도 많이 됐다. 다른 팀 갈 수있는 여건이 안 됐다. 안양은 내 꿈이자 목표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목표는 명확하다. 오는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선과 지난시즌 이루지 못한 승격이다. 박종현은 “팀 목표가 개인 목표다. 승격이라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 문 앞에서 떨어졌으니까 꼭 승격하고 싶다. 아시안게임도 나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재용은 “지난시즌 목표로 승격을 말했는데 못 이뤘다. 우승을 목표로 하면 근처까지 가지 않겠나. 30경기 뛰고 아시안게임에 종현이와 동반 승선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