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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훈 포철중 감독.제공 | 포항 스틸러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은 K리그 전통의 구단 포항 스틸러스는 유스 파워가 가장 강한 팀으로 꼽힌다. 성적이 좋을 뿐 아니라 유스를 거쳐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팀이 가진 최고의 자산 중 하나다.

올해 2월 영덕에서 열린 춘계중등15세이하(U-15) 축구대회에서 포항 산하 U-15팀인 포철중은 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 유스팀이 출전한 화랑그룹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상에 섰다. 5경기를 치르는 동안 4승1무, 17득점1실점이라는 ‘군계일학’ 우승이었다.

포철중의 우승을 이끈 임경훈(39) 감독은 유스 무대에서 성실한 지도자로 유명하다. 중고등부에서 10년간 일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올해 1월 경상북도교육감 표창을 수상했다. 체육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교육계에서도 입소문이 날 만큼 임 감독은 건강하고 진취적인 교육열을 자랑한다.

평소 임 감독은 선수들에게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축구와 관계 없는 봉사, 체험 활동을 함께하며 선수들이 인성적으로 성숙해지기를 유도한다. 임 감독은 “저는 지도자가 아닌 교육자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티칭(teaching)이 아닌 코칭(coaching)을 해야 선수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그래서 어린 선수가 해보지 않은 일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활동을 하자고 하면 선수들은 보통 귀찮게 생각하고 싫어한다. 하지만 막상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선수 내면에 힘이 생긴다. 축구는 스스로를 단련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는 스포츠다. 강한 정신력, 성숙함이 따라와야 한다. 실제로 우리 선수들도 2년간 많이 성장하고 발전한 것을 느낀다. 몸과 마음, 머리가 함께 작용해 축구도 더 잘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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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춘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포철중.제공 | 포항 스틸러스

축구적으로도 임 감독은 결과를 위한 강요 대신 성장을 위한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성적을 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축구를 30년 정도 하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대충 안다. 하지만 이는 어린 선수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스스로 찾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험장에는 데려다줄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문제를 푸는 것은 선수의 몫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에 모소대나무라는 식물이 있다고 한다. 그 대나무는 4년간 3㎝밖에 자라지 않지만 5년째부터는 하루에 30㎝까지 자랄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 4년간 성과가 잘 보이지 않더라도 뿌리를 잘 내리면 15m 대나무가 되는 원리”라며 “축구도 마찬가지다. 유소년 시기에 기본을 채워야 좋은 선수가 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자신의 철학을 설명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선수 40여명을 상대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임 감독은 “사춘기 선수 한 명에게는 세 개의 인격이 존재하는 것 같다. 참 다중적이다”라고 웃으며 “그래서 참 어렵다. 그래도 진심이 통하면 선수도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사실 임 감독은 스타 출신이 아니다. 포철고 졸업 후 프로에 직행할 정도의 유망주였지만 부상에 따른 잦은 수술 등으로 인해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는 “저는 철저한 무명의 선수였다. 그래서 오히려 지도자 일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려움도 알고 실패도 알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더 잘될 수 있는지 알 것 같다. 우리 선수들만큼은 프로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보람도 크다. 고영준이나 이수빈, 홍윤상, 이현주, 김륜성, 김용학 등 많은 유망주들이 임 감독 손을 거쳐 성장하고 있다. 그는 “보람이 정말 크다. 엄청나게 뿌듯함을 느낀다. 돌아보면 그 선수들도 참 재능이 있었다. 그 재능을 품고 착실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지도자로서 희열을 느낀다”라며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책임감이 크다. 축구 지도자로서 가치가 강해지는 자리다. 저도 이들처럼 잘 성장해 지도자로서도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다”라는 포부를 말했다.

weo@sportsseoul.com